
윤석열 정부 때 폐지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도가 3년간 한시적으로 재도입된다. 다만 안전운임제 시행 시 당초 취지인 화물차 운전기사 안전 보장 대신 중간에 있는 대형 운수사업자의 마진율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 소위원회는 16일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화물차법)을 처리했다.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주는 앞으로 최저 운임을 보장받게 된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제도를 영구 도입해야 한다며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화물차 운전기사(차주)의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의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년 한시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차주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사고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는 등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한 윤석열 정부는 일몰 기한을 연장시키지 않았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최저 운임 지급은 권고 사항으로 하고 운수사업자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위탁운임은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성을 두는 ‘표준운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범여권 의원들은 22대 국회 들어서 2022년 12월 일몰된 안전운임제 재도입에 불을 지폈다. 일부는 일몰 기한을 아예 없애고(이연희 의원안), 대상 품목을 시멘트 등에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윤종오 의원안 등)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노동계 숙원인 안전운임제 입법이 1차 관문을 넘은 건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안전운임제가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수사 측을 대변하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는 "서비스의 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경제 원칙과 사적자치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화물서비스의 수요자인 화주 측 한국무역협회는 "운수사가 차주에 지급하는 운임은 제시하되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운임 원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 실효성에 대해서도 평가가 분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전인 2019년 대비 시행 이후인 2022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주의 월 평균 소득은 3년 평균 각 15.3%와 101.3%씩 늘었고 월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다만 일몰 이후인 2023년에도 직전년도 대비 월 소득이 증가하고 월 근로시간이 감소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품목·차종 확대·일몰제 폐지 등의 조항은 심사를 보류키로 했다. 강희업 국토교통부 차관은 회의에서 "사회적 갈등이 많은 사안인 만큼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나가고, 지입제 개선 등의 대책도 더 열심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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