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 내는 소리에 동물이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동물과 식물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소통 체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한 연구팀은 식물이 소리를 내고, 동물이 이에 반응하는 최초의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 식물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때 소리를 내면 암컷 나방이 해당 토마토에 알을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컷 나방은 유충이 충분한 영양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건강한 식물을 찾아 알을 낳는다. 이에 식물이 탈수와 스트레스 신호를 보낼 때, 나방이 이 경고를 듣고 알을 낳지 않을지 의문이 제기됐고, 연구팀은 암컷 나방에 초점을 맞춰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식물의 모습이 아닌 소리만으로 나방이 반응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일련의 통제된 실험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2년 전에도 식물들이 고통을 받거나 건강하지 않을 때 비명을 지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소리는 인간의 청각 범위를 벗어나지만, 많은 곤충과 박쥐 등 일부 포유류는 이를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서로 다른 식물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아보고, 또 다른 생물종이 이 소리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텔아비브대의 요시 요벨 교수는 “식물이 내는 소리에 동물이 반응하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동물들이 식물의 소리를 기반으로 수분을 할지, 식물 안에 숨을지, 먹을지 등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아비브대 릴라흐 하다니 교수는 BBC에 “식물 간에도 소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에 반응해 행동할 수 있는지 여부도 연구 대상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걱정하는 생물은 또 다른 식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식물이 지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소리는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물리적 효과를 통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생물에 유용할 수 있으며, 이 전제가 사실이라면 식물과 동물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소리를 내고 듣는 능력을 공동 진화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eLIFE 저널에 게재됐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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