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300억원, 손익분기점 600만명. 현재 극장가에서 이 숫자는 모험에 가깝다.누적 관객 100만명 달성도 버거운 극장가에 자본을 쏟아부은 대작이 등장했다. 배우 안효섭의 스크린 데뷔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이야기다.
2018년 첫 연재 이후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오직 한 사람만이 결말을 알고 있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김독자'의 생존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 영화다.
주인공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은 수려한 피지컬로 원작 팬들 사이에서 싱크로율이 웹소설 속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16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안효섭은 "키가 크다 보니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저 같은 사람도 어디에선가는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보편성이었다. 최대한 '무(無)맛'에 가깝게, 특별함이 없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담을 가져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갖고 태어난 얼굴이 이런데 어떻게 하겠나"라며 "김병우 감독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었고, 독자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 휘둘리지 않았다"고 했다.

안효섭은 김 감독과 처음 미팅했을 때를 떠올렸다. "어느덧 배우를 한 지 10년 차가 됐고 주목받아야 하는 직업군이라 무리 사이에 숨는 걸 오래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독자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았죠. 감독에게 저를 왜 캐스팅했느냐고 여쭤봤는데, '지극히 평범해서'란 답이 돌아왔어요. 처음으로 벽을 깬 순간이죠. 그다음부턴 독자의 삶과 모습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독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안효섭은 분장팀, 의상팀이 준비해 준 그대로 거울 한번 보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고 연기하고 싶었다"며 "파운데이션도 조금 더 어둡게 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촬영 현장에서 안효섭은 '독자'가 되기 위해 멋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컷하고 나면 '혹시 제가 멋있지 않았나요'라고 감독에게 물었어요. 독자는 그런 멋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죠. 모두가 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그는 김독자라는 인물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줬다. "캐나다 생활할 때 학생 때 친구가 있었지만 혼자 유튜브를 본다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등 저만의 세상이 존재했어요. 하루하루 엄청난 원동력이 됐죠. 영화처럼 인생에 빗댄 소설까진 아니었겠지만, 독자는 그 소설이 탈출구처럼 느껴질 정도의 매개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원작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안효섭은 "큰 IP고 대작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부담도 되고 망설여지기도 했었는데, 항상 그랬듯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난 거라고 생각이 든다"며 "크기와 스케일보다는 나만의 김독자를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게 제일 큰 고민이었다. 그저 영광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흥행에 대한 기대를 묻자 "예산이 크고 손익분기점이 높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장에서 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열심히 김독자를 사랑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만큼 애정도 깊어졌다. 저에게는 뜻깊은 작품, 소중한 인물이다. 그래서 흥행도 소망해 본다"고 덧붙였다.
"매 장면 하나하나 부끄럼 없이 열심히 촬영했어요.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이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밌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많은 기대와 사랑 주셨으면 하고 극장에서 꼭 좋은 경험 하셨으면 합니다."

안효섭은 제작진을 통해 원작자로부터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같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안고 나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가 끝난 후 쿠키 영상에는 후속작을 암시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 1편으로 끝내는 게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후속작이 있길 원했고 이를 염두하고 있었죠. 저는 독자가 좀 더 멋있어지는 그날을 염원했어요. 모든 게 다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안효섭은 관객들에게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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