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여파로 우유 소비가 줄어 국내 우유 제조사들의 분유 재고량이 전년 대비 8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으로 소비층 자체가 쪼그라든 데다 1인 가구가 늘고 단백질 등 우유를 대체하는 음료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값싼 수입 멸균 우유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재고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식품업계와 유가공협회 등에 따르면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국내 우유 제조사의 지난달 분유 재고량은 1만3001t으로 전년 동월(7135t) 대비 82.2% 급증했다. 우유는 신선식품으로 장기 보관할 수 없어 전·탈지 분유로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 우유 소비가 줄면 분유 재고량이 증가하는 구조다.서울우유의 분유 재고량은 지난해 6월 1710t에서 올해 6월 4173t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우유 제조사들의 전체 분유 재고량은 지난 3월 3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t을 넘긴 뒤 1만t 이상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우유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된 영향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비수기인 겨울에는 통상 재고량이 늘지만 2분기에도 재고량이 감소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우유 소비량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소비 패턴마저 변화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에서 지난해 25.3㎏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가격이 싼 멸균 우유 소비는 늘고 있다. 멸균 우유 비중은 전체 우유 시장의 3%가량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4만8671t으로 4년 전인 2020년(1만1413t) 대비 네 배 이상 많아졌다.
내년부터 미국·유럽산 우유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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