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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용인경전철로 낭비된 세금, 前 시장이 배상하라"

입력 2025-07-16 17:18   수정 2025-07-17 01:41

지방자치단체의 혈세 낭비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용인경전철 사업 관련 주민소송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지자체가 대형 민간투자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재산상 손해를 봤다면 해당 지자체장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가 최초로 확립된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발될 우려가 있는 각종 선심성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년이 걸려 나온 결론이라는 점에서 주민소송을 통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용인시 “후속 절차 성실히 진행”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주민소송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용인시에 214억6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을 청구한 주민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이로부터 60일 이내에 피고 측에 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기한 내 지급되지 않으면 반환 청구 소송을 재차 낼 수 있다. 용인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법이 정한 절차를 차질 없이 성실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2년 법정 다툼 비로소 마침표
이 소송은 용인경전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낭비된 수천억원대 예산과 수요예측 실패로 초래된 적자 등의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위해 시작됐다. 용인경전철은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개통 시점은 2013년 4월이었다. 용인시와 시행사인 캐나다 봉바르디에 간 최소수입보장비율(MRG)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중재 재판에서 패소한 용인시는 봉바르디에에 이자를 포함해 8500억여원을 물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경전철 하루 이용객이 개통 첫해 8713명 등으로 교통연구원의 예측(16만1000명·2004년 기준)에 한참 미달하자 용인시는 재정난에 시달렸다. 용인시민은 2013년 10월 용인경전철 사업에 관여한 전직 시장 3명과 정책보좌관,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을 상대로 1조23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주민소송을 냈다.

2017년 1심은 김학규 전 용인시장 재임 시절 정책보좌관이던 박모씨 개인의 책임만 인정해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같은 해 2심에서 손배액은 10억2500만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1·2심은 주민소송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해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해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5년 만에 배상 청구액이 일부 확정됐다.

그러나 용인경전철 운영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용인경전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4만2247명으로 설계 당시 예측치의 30%에도 못 미쳤다. 운영사인 용인경량전철은 지난해 72억2874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경종’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은 2005년 주민소송 제도 도입 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쟁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다. 주민소송은 지자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에 따른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해당 지자체 전체 주민에게 효력을 미친다.

소송단은 선고 직후 낸 입장문에서 “혈세 낭비의 감시와 견제가 주민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줬다”며 “책임 범위를 용역 기관으로까지 확장해 공공사업에서 더욱 책임감 있는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종결된 주민소송 43건 중 주민이 승소한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다만 대법원은 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의 책임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소송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진 않았지만 지방선거를 약 1년 앞둔 시점에 표심을 의식한 각종 투자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예산 낭비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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