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사랑해서 하는 말일까? 엄마를 원망해서 하는 말일까?
제3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박선우 작가의 <어둠 뚫기> 속 주인공은 30대의 출판사 편집자.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대학원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자신을 오롯이 이해하게 되면서 삶의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엄마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엄마는 무시와 외면 그리고 단호함으로 번번이 그의 이해 범주에서 도망치곤 한다. 하지만 엄마가 결코 바뀔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 엄마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올해 초 아이의 학교 진학에 맞춰 이사를 했다. 결혼을 하고 잠시 외지(?) 생활을 했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다시 친정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서 돌봄 속에 살았으니 이번 이사로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된 것.
엄마는 손주의 양육에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정성스러웠다. 봄에는 새싹, 겨울에는 뿌리채소로 반찬을 만들어주시고, 햇살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이불을 보송보송하게 말려 주셨다. 맞벌이하는 딸이 퇴근 후 편히 쉴 수 있도록 분리수거까지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을 백만 번 해도 모자란 마음이지만 일방적인 엄마 스타일의 살림살이는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엄마에게 야박할까? 왜 엄마는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울까?
언젠가 예능에서 보았던 뇌 과학자의 강의가 절묘하게 겹쳐진다. 태어나서 우리는 누구에게 가장 많이 화를 낼까? 우리의 뇌는 나를 인지하는 영역과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이 있는데 엄마는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가깝게 있어 나와 같은 존재로 인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내가 통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결국 내 맘대로 통제되지 않을 때는 불같이 화를 내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엄마는 무한정의 사랑과 아량으로 자식을 모두 이해할까?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에서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딸과 딸의 연인과 한집에서 산다. 교사 직업을 그만두고 도배장이, 유치원 통학 버스 운전, 보험 세일즈, 구내식당 등에서 악착같이 일했던 이유는 오로지 딸. 그러던 어느 날 딸이 갑작스럽게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의 동거가 시작된다. 딸의 대단한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모들은 평생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문제를 던져 주고, 어디 이걸 한번 넘어서 보라는 식으로 날 다그치는 딸이 야속하기만 하다. 결국 이러한 미움은 딸의 동성 연인을 향하게 된다. 하지만 거리에서 시위하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딸의 인생을 보며 외면해왔던 차별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오로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는 이해되어지고 사랑하게 된다.

백수린 작가의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모녀 관계를 한 세대 확장한다. 스물두 살, 휴학 중인 주인공은 엄마의 부탁으로 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를 돌봐 드리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바쁜 엄마를 대신해 나의 결핍을 채워준 건 할머니였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엄마와 달리 학사 경고에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을 한 한없이 부족한 딸인 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탁이 마치 유배를 보내는 듯해 서럽기만 하다.

무시와 폭력을 견디며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힘들게 낳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할머니는 그 아픔을 딸을 통해 이겨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엄마는 그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꿈을 대신 살아내고 있었고, 엄마의 딸인 나는 비로소 엄마의 삶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그러던 중 나 역시 예상치 못했던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엄마 도움 없이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아이의 첫 번째 여름 방학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많아질 것이고, 잔소리와 체념과 이해와 반성의 반복이겠지. 이해의 영역이 아닌 인정의 영역으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가 아닌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으로 아이를 조금은 보내려고 한다. 옆집에 살고 있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하는 주도적인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디 우리의 여름방학이 ‘여름’만을 닮아 덥고 끈적하고 후끈하지 않고, ‘방학’을 더 많이 닮아 즐겁고 유쾌하고 여유롭길……

소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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