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우다드레알 공항은 ‘돈키호테 공항’으로 불린다.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말을 타고 돌격하는 돈키호테처럼 망상에 빠져 사업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공항은 2009년 수도 마드리드 남쪽 235㎞ 지점에 들어섰으며, 건설 비용만 10억유로(약 1조600억원)가 들었다. 수요는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민간 항공사 대부분이 접근성을 이유로 취항을 거부한 탓에 하루 승객이 수백 명에 불과했다. 결국 2012년 파산했다. 스페인 정부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경매를 진행했는데, 낙찰 가격이 단돈 1만유로(약 1600만원)였다.미국 보스턴의 명물 ‘빅 디그(big dig)’도 지방자치단체 예산 낭비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도심 차량 정체의 주범인 고가도로를 8~10차로 지하터널로 대체하는 사업이었다. 28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입해 7~8년 만에 공사를 끝내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지만 실제 완공까지 16년이 걸렸다. 잦은 설계 변경과 부실 공사 때문에 공기가 하염없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소요 예산도 150억달러(약 20조8500억원)까지 불었다. 이 사업으로 매사추세츠주 정부와 보스턴시 정부는 빚더미에 앉았다.
대규모 공공 인프라 사업엔 거품이 끼기 쉽다. 자신의 임기 중 업적을 내려는 지자체장과 새로운 일감이 필요한 건설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요 예측이 부풀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문용어도 있다. 학계에서는 실패 사례가 많음에도 공공 인프라 사업 계획이 장밋빛으로 채워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메가프로젝트 패러독스’로 부른다.
대법원이 그제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전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예산이 낭비되고, 적자가 누적된 책임이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용인 경전철은 기흥에서 에버랜드까지 이어지는 민자 전철 노선이다. 하루 이용객이 당초 예상의 10% 수준인 1만 명 안팎에 불과하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민심을 얻으려는 지자체장들이 용인 경전철 사업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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