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통화정책에 독립성을 갖는 대신 은행 검사권을 금융감독원에 넘긴 것은 1999년 초였다. 그에 따라 한은이 은행을 검사하려면 금감원에 공동 검사를 요구해야 한다.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는 검사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조차 없다. 한은 역할은 26년 넘게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데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감독 체계를 크게 개편했다. 금융이 망가지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인식에서다. 경기가 좋을 때 은행에 자본을 더 쌓도록 하고, 촘촘한 대출 규제를 도입하고, 대형 은행은 시스템적 중요 은행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는 방식 등이다. 이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선진국에선 정부,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등으로 구성된 거시건전성협의체에서 담당하며, 여기서 중앙은행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의 환경 변화와 외국 사례 등을 살펴보면 한은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은행 검사권을 가지지 않은 나라도 일본 호주 등을 제외하곤 없다. 2금융권에 대해선 검사권 자체가 없어 저축은행 사태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터져도 한은에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한은법 1조에 금융안정을 명시해놨지만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은까지 검사에 나서면 금융사로선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논의되는 지금이야말로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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