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인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을 승인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때만 해도 정상적으로 진행된 이 합병 결정으로 삼성이 ‘잃어버린 10년’에 짓눌릴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1년 뒤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는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적폐’로 몰아세웠고, 검찰은 여기에 더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경영권 승계’ 프레임을 씌웠다. 이 회장이 법정에 185차례나 불려 다닌 지난 10년간 삼성은 ‘스마트폰 세계 1위’(출하량 기준), ‘D램 세계 1위’를 차례차례 경쟁사에 내줬다.
이 회장과 삼성을 햇수로 10년이나 옭아맨 ‘사법 족쇄’가 완전히 풀렸다. 대법원은 17일 이 회장의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합병 과정의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삼성에 큰 상처를 안겼다. 2020년 6월 검찰 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회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는데도 “범죄 혐의가 충분하다”며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1심 재판부가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해 완패 판정을 받았는데도 검찰은 항소했다. 2025년 2월 2심 결과도 똑같이 나왔지만 검찰은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 10년간 삼성의 경쟁력은 추락했다. 30년 넘게 지켜온 D램 1위 자리를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에 내줬고, 신사업으로 육성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주력 산업은 중국에 치이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 산업은 미국에 멀찌감치 밀리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된 만큼 삼성의 주력 사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총수가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된 만큼 지난 10년간 수비에만 치중했던 삼성의 경영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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