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다운 계약서..."
지난 20여년간 인사청문회를 거쳐 간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할 때마다 반복해 등장한 단어들이다. 역대 낙마 사례를 살펴보면, 새 정부 1기 내각에서 대략 3명은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청문회장에서 쏟아진 비판과 낙마 사유는 정권마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에서 '낙마 1순위'로 거론되는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 역시 '낙마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당시 낙마 사례는 2건에 그친다.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각 부동산 투기 논란과 자녀 국적 포기, 자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청문회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은 '강부자(강남에 집 가진 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춘호 여성부,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등이 줄줄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재산 신고 누락, 부인 관용차 사적 이용, '박연차 게이트' 등이 논란이 되며 결국 낙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출범 당시 "'5대 인사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위장 전입)'에 위배하는 인사는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 정부 집권 초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강제 혼인신고' 논란으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음주 운전과 이중 취업 등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꼼수 증여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자녀 입시 특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검증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임명된 사례다. 그는 그러나 결국 법무부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하면서 '정권 교체'의 씨앗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정권이 바뀌어도 후보자들의 낙마 사유는 큰 틀에서 비슷했다. 학계·전문가 출신 인사의 경우 논문 표절이나 이력 위조 등 '도덕성 검증'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공직자나 정치인 출신인 경우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등이 드러나 민심을 자극했다. 병역 기피나 자녀 특혜 문제는 특히 국민 정서상 민감한 문제로, 논란이 일면 치명상을 입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이 공식은 또다시 작동하고 있다.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관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과 이례적인 보좌진 교체 기록이 드러나며 청문회에서 공세를 받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는 논문 등 연구 윤리 문제와 자녀 조기 유학 등 논란이 터졌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아직 별다른 기류 변화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금껏 초기 내각에서 후보자 전원이 생존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낙마 가능성을 점쳐볼 뿐이다. '청문회 무덤'은 이번에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배우만 바뀌고 대본은 그대로인 청문회장이 아닐 수 없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