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AI 신약개발 기업인 리커전 파마슈티컬의 벤 테일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 리커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리커전은 엔비디아가 2023년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투자해 주목받은 AI 신약개발 선두주자다. 바이엘,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테일러 CFO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오는 22일 상장하는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메디컬AI'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맞춰 인터뷰를 진행했다. 1Q 미국메디컬AI는 리커전을 비롯한 미국 의료AI 기업에 투자한다. 전체 자산의 15%가량을 리커전에 투자할 예정이다.
리커전이 AI 신약개발 부문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 회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 덕분이다. 테일러 CFO는 "일반 제약사들이 비축한 데이터나 공개데이터는 명칭이 통일되지 않는 등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AI가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한 데이터를 보유한 건 리커전이 업계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리커전이 보유한 독점데이터는 65페가바이트(PB·6500만 기가바이트)에 달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도 갖췄다. 리커전이 고민하는 신약개발 문제는 복잡한 매개변수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때문에 슈퍼컴퓨터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게 테일러 CFO의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에서 100위안에 드는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바이오 업계에서 공개된 슈퍼컴퓨터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전했다.
고비용 구조가 정착된 신약개발 시장에서 AI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게 리커전의 판단이다. 테일러 CFO는 "현재 개발되는 신약의 95%는 실패하는데, 실패율은 지난 30년간 더욱 높아지기만 했다"며 "바이오업계는 실패율을 낮추기 위해 임상 등에 더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오히려 비효율적 구조가 정착됐다"고 진단했다.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 선별, 환자군 확보, 임상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리커전이 일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면서 시장에서 불거진 '위기론'에 대해서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테일러 CFO는 "신약개발 업계는 특정 물질의 성공과 실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고위험 산업"이라며 "리커전은 특정 약물이 성공하는 것 보다는 신약개발 과정 자체를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커전은 2년 안에 4개 물질의 주요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세포의 분열 주기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CDK7를 억제해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질이 대표적이다. 테일러 CFO는 "연간 지출을 6억달러에서 3억9000만달러까지 절감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며 "2년 뒤까지 추가 투자금없이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 자금조달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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