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비관주의로 가득 차 있다.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언제든 다시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날릴 준비가 돼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 전 세계를 향한 미국의 일방적 관세 폭탄, 기후 변화로 인한 각종 자연 재난 등 금방이라도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보인다.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낳고, 불안이 또 다른 불안을 낳는 악순환에 빠졌다. 세상에 정말 희망은 없는 걸까. 아니, 희망을 품는 것조차 쓸데없는 짓일까.독일의 괴짜 물리학자인 루카스 노이마이어 박사는 최근 아주 흥미로운 책을 선보였다. 그는 <모든 것이 잘될 이유(Warum alles gut wird)>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세상에 팽배한 비관주의를 잠재울 해독제를 소개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정확하지 않으며, 과학의 잣대로 이해하면 세상은 그래도 아직 살 만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나 긍정심리학에 대한 맹신도 위험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나친 비관주의가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론물리학자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노이마이어 박사는 어려서부터 소위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매료됐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물리학을 공부했고, 신경생물학과 심리학 등에도 큰 관심을 두고 학문 간의 융합과 통섭을 추구했다. 2019년 출간한 <히피족을 위한 양자물리학(Quantenphysik fur Hippies)>은 과학적 원리와 철학적 통찰을 엮어낸 책으로 입소문 나며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책 <모든 것이 잘될 이유>에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제의 공통 원인이 ‘뇌의 소프트웨어 결함’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이 결함을 업데이트하거나 고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실제로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소개한다. 안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비관론자 칼과 천재적인 노숙자 지로니모가 등장해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생각이 실제로 현실이 되는 양자역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엄격한 과학과 자기 비판적인 철학에 근거한 논증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뒤엎는다.
“세상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단지 때때로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저는 널리 퍼진 종말론적 분위기가 타당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이 책은 비관론에 맞서기 위해 쓰였습니다. 물리학, 생물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그리고 신경생물학에서 나온 깊이 있는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니다.” 저자는 보이는 세상에 현혹되지 말 것을 권한다. 우리는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보는 현실이 진짜가 아니라면? 우리가 뇌의 전기 신호가 만들어 낸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고 있고, 이 시뮬레이션에 결함이 있다면?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면? 계속되는 도발적인 질문에 눈이 번쩍 뜨인다.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정확한 사고, 대책 없는 희망이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기인식, 그리고 자기계발이 아니라 지적 자율성을 위한 ‘생각 도구 상자’를 제시하는 책이다.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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