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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결말로 되살아난 고전 발레의 정수

입력 2025-07-20 17:08   수정 2025-07-21 00:17


발레 문외한도 ‘백조의 호수’는 안다. 발레리나들이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백조처럼 춤추는 모습은 발레란 공연 장르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왜 백조의 호수가 고전 발레의 명작인지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오데트는 악마 로트바르트에 의해 낮엔 백조로 변하는 마법에 걸려 있다. 이 마법을 풀기 위해선 누군가의 헌신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지그프리드 왕자는 오데트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악마의 계략으로 흑조인 오딜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왕궁 무도회에서 본 오딜을 오데트로 착각해서다. 왕자는 오데트에게 용서를 빌고 악마와 싸운다.

결말은 공연마다 제각각이다. 왕자가 악마를 물리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것은 해피엔딩이다. 오데트를 포기하고 오딜과 결혼하는 절망적인 버전도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이날 보여준 엔딩은 비극에 가까웠다. 왕자는 악마와 벌인 결투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성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안에 갇혀 있던 오데트가 이미 죽음을 맞이한 뒤였다. 왕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무너진 성을 향해 쓸쓸히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끈 건 왕자 역을 맡은 다닐 심킨의 힘차면서도 섬세한 도약이었다. 러시아계 독일인인 심킨은 3연속 540도 회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레리노로 알려져 있다. ‘하늘을 나는 무용수’란 그의 별명에 맞게 심킨의 점프는 체공 시간이 길 뿐 아니라 몸의 중심축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무도회장에선 철딱서니 없는 귀공자 같다가도 악마와 결투할 땐 밤하늘을 배경으로 춤추며 비장함을 한껏 보여줬다. 악마 역을 맡은 발레리노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의 절도 가득한 움직임이 이 펜싱 대결에 긴장감을 더했다.

백조와 흑조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 발레리나 홍향기의 열연도 관객을 설레게 했다. 한쪽 발끝을 다른 쪽 무릎에 대기를 반복하면서 몸을 돌리는 동작인 피루엣을 팽이 돌 듯 빠르게 반복할 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흑조가 왕자를 매혹하는 파드되(2인무)에선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서나 할 법한 점프를 보여줬다. 홍향기는 왕자의 손길에 허리를 살짝 내어준 채 날아오른 뒤 지상으로 부드럽게 착지했다. 그 과정이 너무나 매끄럽다 보니 허공에서 땅으로 내려앉은 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어릿광대역을 소화한 발레리노 김동우는 앙증맞은 표정과 조금은 얄밉게도 보이는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무도회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이 선보인 스페인, 헝가리 등 다양한 지역의 춤도 공연에 흥미를 더했다.

음악을 맡은 국립심포니는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150분에 걸친 공연 내내 활기를 불어넣었다. 차이콥스키 곡 ‘백조의 호수’의 멜로디를 변주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왕자와 악마가 싸우는 장면에선 빠른 템포를 지켜가면서도 끊임없이 힘차게 울리는 금관악기가 인상적이었다. 춤선에 맞춰 넘실거리는 무대의상도 아름다웠다. 까마귀의 날개를 닮은 악마의 망토, 우아함을 드러내는 여왕의 드레스가 매력적이었다. 달빛을 머금은 호수의 파란 불빛이 백조의 튀튀(발레리나가 입는 치마)에 비쳐 반짝일 때면 구름이란 레이스를 두른 은하수가 흔들리는 듯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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