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가축법)이다. 이 법 부칙엔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제품을 반입하려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려면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관련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이 조항은 2008년 ‘광우병 사태’의 결과물이다. 그해 4월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재개하는 ‘한·미 소고기 협상’을 타결했다. 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같은 달 29일 MBC PD수첩이 광우병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미국산 소고기가 정치 쟁점화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이 확산했다. 5월 30일~6월 1일엔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까지 시도했고 경찰은 물대포를 꺼내 들었다.
6월 10일 열린 정부 규탄 집회엔 전국에서 15만8000명이 참가했다. 집회엔 ‘유모차 부대’와 ‘넥타이 부대’는 물론 여중생까지 등장했다.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보고된 적도 없었지만 괴담은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직전 대선 패배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은 광우병 공포를 기회로 삼았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소고기 재협상 선언, 한나라당(당시 여당·국민의힘 전신)에 가축법 개정 합의를 요구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물러서 그해 8월 가축법이 개정됐다. 지금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시 국회 심의를 받는다’는 조항이 생긴 배경이다.
쌀 시장 추가 개방도 협상 카드로 거론되지만 소고기에 비해 난도가 더 높다는 평가가 많다. 쌀 수입 시장은 연 40만8700t에 한해 5%의 저율할당관세(TRQ)가 적용되는데 이 중 13만2304t이 미국에 할당돼 있다. 이를 더 늘리기 위해선 중국이나 베트남 쿼터를 줄여야 하는데, 이들 국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이다. 미국만 TRQ 물량을 별도로 늘리려면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해 일이 더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8월 1일)이 열흘가량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를 설득하거나 농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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