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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끊기고, 산사태 덮치고…산청에 1년치 강수량 절반 퍼부었다

입력 2025-07-20 18:16   수정 2025-07-28 16:14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순식간에 산이 쓸려 내려왔어예.”(경남 산청 부리마을 주민 최모씨·72)

단 하루에 300㎜ 넘는 ‘괴물 폭우’가 쏟아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인근 와룡산 줄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대부분 주택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리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광만 이장(62)은 “1981년 태풍 당시에도 산사태가 나 4명이 숨졌다”며 “44년 만에 또다시 이런 참사가 나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 산불에 폭우까지…대재난 겹친 산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쏟아진 비로 20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17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는 산사태가 일어난 산청군에 집중됐다. 이곳에서는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산청군엔 16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누적 강수량 793.5㎜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내렸다. 산청군은 한 해에 평균 1556.2㎜의 비가 내린다. 최근 닷새간 1년 치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쏟아진 셈이다. 산청군이 19일 군민 3만3000여 명 전원에게 대피령을 발령할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어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경남 합천군 699㎜, 하동군 621.5㎜, 전남 광양시 617.5㎜, 경남 창녕군 600㎜ 등의 순이었다. 극한 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산청읍 부리와 내리, 생비량면, 단성면 방목리 등 15곳에서 산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산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는 그대로 마을과 주택을 덮쳤다. 부리·내리에서 발견된 사망자 5명 모두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에 주택 등이 무너져 숨졌다. 인근 산청읍 모고리도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 내려와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산청군은 지난 3월엔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봤다. 3월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불이 처음 발생해 인근 하동군 옥종면과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로까지 번졌다. 같은 달 30일까지 213시간 동안 이어진 이 산불로 산불진화대원과 인솔 공무원 등 4명이 숨졌다. 산림·주택·농축산 시설이 불에 타 287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산불 이재민들은 지금까지도 임시 숙소에 거주할 만큼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산청 현장지휘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큰 재해가 잇달아 주민들의 상실감이 말도 못 할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도로와 농경지 등 공공시설 피해도 막대했다. 의령 쪽에서 산청으로 이어지는 옛 신안교가 신등천 범람으로 완전히 끊어졌으며, 산청군과 다른 지역을 잇는 주요 교통로인 국도 3호선은 산사태 등으로 막혀 차량의 양방향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 가평 등 경기 북부에서도 ‘물 폭탄’
20일 새벽 시간대 ‘물 폭탄’이 쏟아진 경기 가평에서도 사람이 급류에 휩쓸리거나 산사태에 매몰되는 등 2명이 죽고 5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가평군 조종면 대보1리에서 주민 이모씨(80)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씨는 이날 대피령이 내려지자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불어난 물에 고립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탄 가족들은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4시 44분께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 펜션 건물이 무너져 4명이 매몰됐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으나 7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대보리 대보교 주변에선 물에 떠내려온 40대 남성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가족과 함께 약 6㎞ 떨어진 마일리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종면에는 오전 3시30분을 전후해 시간당 76㎜가 쏟아졌으며 북면 하루 누적 강수량은 197.5㎜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계속된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에서 이 대통령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라는 주문과 함께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이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및 공공요금 감면 등 혜택을 볼 수 있으며, 지방정부 역시 재난 복구 비용 일부를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중대본 비상 3단계를 해제했다.

산청=김해연 기자/김영리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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