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남 여수 산학융합원 빌딩에서 열린 ‘석유화학 위기대응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사람에게 회의장 분위기를 물었더니 이런 답을 들려줬다. 전라남도와 여수시 공무원, 여수 석화단지 입주기업 공장장, 관련 기업 노조 대표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위기’ ‘재난’ ‘생존 위협’을 쏟아냈다고 한다.
과장이 아니다. 전남 제조업 생산액의 65%, 전남 세수의 60%를 차지하는 여수산업단지가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휘청이고 있어서다. 직간접 고용 인원이 전남 인구(178만 명)의 11% 이상을 차지하는 여수산단이 흔들리면서 전남의 실업자는 2023년 말 3만2000명에서 지난해 말 6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남지사가 직접 정부에 전기료 10% 인하를 요구한 배경이다.

매출 기준 국내 4위인 석화산업은 지금 그로기 상태다. 중국은 물론 중동에도 원가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무더기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여천NCC 등이 있는 여수산단의 생산액은 2022년 99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88조8000억원으로 10.7% 줄어들었다. 수출액도 53조2000억원에서 44조8000억원으로 15.8% 감소했다. 버티다 못한 석화기업들은 감산·통폐합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산업용 전기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여수 울산 대산 석화단지가 지난해 낸 전기료는 5조원 이상으로 1년 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료가 ㎾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대형 산업용 기준) 오른 만큼 올해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4년간 73.2% 올랐다.
전라남도는 석화업계가 위기인 만큼 작년 인상분만큼이라도 감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받아들여 전기료가 ㎾h당 160~165원 수준으로 떨어지면 석화업계는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되는 2~5년간 총감면액은 1조~2조50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는 전체 석화제품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라며 “전기료만 깎아줘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전기료 인하 요구에 ‘인공지능(AI)과 친환경 공정 기술을 개발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업계를 타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숨이 넘어가는데 언제 될지도 모르는 기술 개발을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는 전라남도와 함께 지역경제 관련 실증 데이터를 토대로 전기료 인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차별화가 어려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의 성패는 가격으로 결정되는 만큼 전기료 인하로 원가경쟁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다면 ‘발등의 불’은 끌 수 있다는 얘기다. 여수시 관계자는 “한전 부담이 문제라면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동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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