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1일 09: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던 47년 역사의 토종 제지기업 국일제지의 주식 거래가 21일부터 재개된다. 오너 2세 최우식 전 대표의 ‘먹튀’ 논란이 제기된 지 약 2년 4개월 만이다.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일제지 주식의 상장유지를 결정하고, 이날부터 거래가 재개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앞서 국일제지는 오너 2세인 최우식 전 대표와 임원을 22억4000만원 상당의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지난해 5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추가됐고,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회사는 지난달 23일 개선계획 이행명세서를 제출해 상장유지 결정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1978년 설립된 국일제지는 특수지와 산업 용지를 제조·판매하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담배용 박엽지 시장을 독점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 전 대표가 2018년 설립한 그래핀 개발·제조기업 '국일그래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일제지는 2023년 3월 3억5000만원 규모의 단기 은행 어음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무리한 차입과 당시 경영진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방식이 급격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최 전 대표가 2022년 보유 지분 4100만 주(지분율 32.1%)를 담보로 대부업체로부터 290억원을 대출받고도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고,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손실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했다.
국일제지는 법정관리 신청 직후 감사 의견을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도 발생했다. 당시 외부 감사인은 2022년 110억원의 영업손실과 145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26억원을 초과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국일제지는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2024년 4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국일제지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작년 9월 삼라마이다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삼라마이다스는 작년 1월 국일제지 주식 10억5000만주를 인수해 지분율 89.14%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 자금은 자기자금 105억원과 에스엠상선으로부터 차입한 900억원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라마이다스는 회사 인수 이후 재무 상황 개선에 집중해 2022년 사업연도 재무재표에 대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국일제지의 부채총계는 2023년 말 87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7억원까지 하락했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63.2%에서 11.9%까지 떨어졌다.
국일제지는 주식 거래가 재개된 만큼 앞으로 특수지 등 본업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국일제지의 매출은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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