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3일 10: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석유·석탄·LNG 등 탄소 기반 에너지 기업 회사채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탄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왔으나 최근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태양력·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석유와 원자력발전을 선호하는 ‘반(反) ESG’ 정서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기업 투자 몰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건설·공상은행과 일본계 미즈호은행 등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탄소 기반 기업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투자 한도가 있더라도 탄소 산업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외국계 은행이 많았다”며 “점점 ESG의 중요도가 낮아지면서 투자 검토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과거에는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회사채 자금이 집중됐다. 2023년 에코프로의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을 당시에는 1000억원 모집에 2060억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2차전지 산업의 조정 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 에코프로가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는 500억원의 수요만 확보하는 데 그쳤고, SK온은 회사채 발행 자체를 연기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전반의 실적 둔화 속에서 ESG보다 안정적 이익 창출 능력이 더 주목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SK가스 자회사인 울산GPS가 발행한 1200억원 규모 회사채에는 총 5800억원 주문이 몰리며 흥행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 ESG기업’의 투자 움직임도 뚜렷하다. 과거 수요예측 실패가 잦았던 민간 석탄발전사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4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202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금융지주사들이 ESG정책을 이유로 모두 주관사에서 손을 뗐고, 키움증권이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소외됐던 두산에너빌리티(BBB+)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지난달 회사채 800억원 모집에 142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방산업체인 풍산(A+)도 지난 4월 회사채 수요예측에 목표액의 6배를 모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ESG 채권 인기 ‘뚝’

반면 ESG 채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점차 식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의 ESG 기조에서 이탈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기업 중심의 투자 흐름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들이 ESG 펀드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기업들 또한 ESG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꺾인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SG 채권 발행실적은 2021년 82조4589억원에서 2022년 57억2204억원, 2023년 75조3105억원, 2024년 63조6073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행에 참여한 기업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154개에 달했던 참여사 수는 2024년 91개로 줄었고, 이 가운데 일반기업 수는 9곳에 불과했다. LG에너지솔루션(1조6000억원), 포스코퓨처엠(4800억원), SK온(3000억원) 등 2차전지 기업이 발행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ESG채권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부담은 높은 비용이다. ESG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외부 평가와 보고 절차가 필요해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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