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고대의 찬가, 현대의 리듬’이 본 공연을 엿새 앞둔 지난 19일 부천 아트센터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이번 프리뷰 공연은 경기 부천시와 강원 평창군 두 문화재단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본 공연은 오는 25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평창페스티벌스트링즈가 연주한 첫 곡은 본 윌리엄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이었다. 고대 교회 음악 특유의 고요하고 장중한 울림 속에 현악 주자들의 솔로가 성령 충만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앉은 자세에서도 몸을 깊이 웅크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모든 파트의 단원을 강력하게 이끈 악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제시한 주제는 비올라 수석 유리슬을 거쳐, 첼로 수석 이정란과 2바이올린 수석 이은주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두 번째 곡은 ‘테너와 호른, 현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이 작품은 테너와 호른, 현악기의 밀도 높은 호흡이 요구된다. 무반주 호른의 솔로로 시작과 끝(프롤로그,에필로그)을 알리는 이 곡에서 포르투갈 출신 호르니스트 리카르도 실바는 밀도 높은 호흡으로 불어내는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줬다. 영국 출신 리릭 테너 로빈 트리칠러는 맑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여섯 곡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15분간의 인터미션 후 미국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이어졌다. 이 곡은 재즈 클라리네티스트 베니 굿맨의 위촉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하이브리드 구조가 특징이다. 협연자로 나선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은 1악장의 첫 선율을 연주하며 클라리넷을 원형을 그리듯 회전시켰다. 이는 마치 음향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확산하는 듯한 시청각적 효과로 이어졌다.
이날 메인 프로그램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이었다. 이 곡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다시 한번 악장 이지윤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등과 의자 사이에 한 사람쯤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을 두고 온몸으로 리듬을 이끌며 앙상블을 밀고 당겼다. 특히 3번 악장에서 선보인 더블 스톱 솔로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량을 자랑하는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양성원 예술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영국 고음악과 20세기 현대음악을 하나의 호흡으로 엮어냈다. ‘고대의 찬가, 현대의 리듬’이라는 부제처럼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진정성 있는 해석이 돋보였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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