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는 현재 두 가지 경로로 추진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를 확대하는 게 첫 번째다. 지금은 50억원 이상인데 1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겠다고 한다. 두 번째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액을 제한 후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서 과세표준을 산정하는데,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내는 세금은 비례해서 늘어난다.
물론 2023년 56조4000억원, 지난해 30조8000억원의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사정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증세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출 축소에 나섰고, 프랑스도 내년 예산에서 국방비를 제외하곤 지출을 동결하기로 했다. 특히 주요국 중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자 증세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근로소득, 양도소득 등 소득세에서 상위 10%가 전체 세액의 4분의 3을 납부하는 반면 근로자 중 3분의 1은 근로소득세를 아예 안 내는 상황이란 것을 살펴봐야 한다. 종부세에서 상위 10%의 납부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대주주 할증을 포함한 상속세율은 60%로 세계에서 가장 무겁다. 가뜩이나 세금과 규제 등으로 이미 한국을 떠났거나, 앞으로 떠나겠다는 자산가와 기업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정 계층에 일방적으로 강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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