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에 본사를 둔 임직원 250명 남짓의 강소기업 삼화 경영권을 놓고 KKR, 블랙스톤, 칼라일 등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가 각축전을 벌였다. 얼마 전만 해도 임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 사이에서 ‘용기 만드는 집’으로 불리던 흔한 지역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펌프 기술력이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 사이에서 각광받으며 몸값이 달라졌다.
삼화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글로벌 PEF인 TPG였다. KKR은 TPG가 사들인 가격의 세 배 수준인 9000억원을 주저 없이 제시했다. 이번 거래는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뷰티산업 성장에 힘입어 수혜를 누리는 뿌리 제조기업을 찾기 위한 글로벌 PEF의 각축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인수를 총괄한 윤신원 TPG 부대표는 삼화의 사업 역량을 디스펜서에 집중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디스펜서 매출 비중은 65%로 늘었고 수익성이 낮은 용기 비중은 대폭 줄었다. 경쟁사들이 익숙한 용기 매출을 늘려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 것과 달리 특화 제품에 역량을 쏟는 전략을 택했다. 올 들어 삼화 디스펜서가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의 내부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사업 전환은 빛을 봤다. 로레알 라프레리 에스티로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기업들이 문을 두드려 전체 매출 중 6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전문 경영진 영입에도 힘을 쏟았다. TPG는 LG생활건강을 거쳐 코스맥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김준배 사장을 영입해 경영 노하우를 구축했다. 한온시스템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LG그룹 출신 생산본부장 등도 영입했다. 또 기존 대주주와 일가친척이 사출, 조립, 후가공, 코팅 등 제조 부문을 관계사로 보유하던 지배구조를 삼화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생산망을 통합하고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거래에서 KKR과 끝까지 경합한 블랙스톤, 칼라일 등도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잠재 매물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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