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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니 규제…'족쇄'가 된 중견기업

입력 2025-07-21 18:00   수정 2025-07-22 01:19

벤처기업에서 중소기업을 거쳐 지난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A사는 최근 자금 조달 문제로 큰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연 2~3% 금리의 정책자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서다. 그 자리는 연 5~6% 시중은행 대출로 채워야 했다. A사 대표는 “이자 부담은 두 배가 됐는데 공공입찰 등에서 중소기업 우대 혜택을 못 받아 사업 기회가 급감했다”며 “기업 규모를 키워 고용을 늘리면 상을 받는 게 아니라 벌을 받게 돼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이 커나가는 성장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혜택이 줄어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려는 중견기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2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중견기업은 2017년 197개에서 2023년 574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소기업에 머물겠다는 ‘졸업 유예’ 기업도 2021년 855개에서 2023년 1143개로 증가한 뒤 지난해에는 1377개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4년 중견기업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도 기업이 제자리에 머무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하는 것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기계적으로 지원은 줄고 족쇄만 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승격하면 각종 세액공제 혜택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개선돼도 조달 금리는 중소기업 때보다 되레 올라간다.

역대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중소기업 보호에만 치중할 뿐 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이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성장 사다리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기업 성장 사다리 제도는 잘하는 기업을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작은 기업만 보호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정책적 보호 대상은 소기업으로 한정하고 그 이상 규모의 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게 생산성과 투자 중심으로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원종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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