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이 투자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요구불예금 규모를 올 들어 3조원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에 실망한 은행권 자금이 호황기를 맞은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의 제휴로 저원가성 예금을 끌어오는 경로를 추가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54조6820억원으로 올 들어 3조2070억원 증가했다. 국내 은행권 전반의 요구불예금 규모가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619조8028억원)은 이 기간 11조4307억원 감소했다. 거듭된 수신금리 하락으로 은행에 돈을 넣어둘 유인이 줄어든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은행권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빗썸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빗썸은 지난 3월 24일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교체했다. 1월부터 계좌 사전등록을 진행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으로 합류했다. 빗썸과 연동된 계좌만 약 200만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수신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임에도 다른 은행에 비해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데 용이했다는 평가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금리 하락기에도 수신 영업에서 선방한 데는 빗썸 실명계좌의 공이 컸다”며 “별별통장(스타벅스), 모니모통장(삼성금융네트웍스), GS페이통장(GS리테일) 등 콜라보 통장과 더불어 저원가성 예금을 끌어오는 핵심 역할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빗썸 효과는 국민은행 앱인 ‘KB스타뱅킹’의 이용자 증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말 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363만명으로 지난해 말(1303만명)보다 60만명 증가했다. MAU는 한 달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접속하거나 활동한 사용자 수를 말한다.
국민은행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빗썸 효과를 더 많이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4일 12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2만달러 돌파 후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이날도 11만7000달러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법인의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달부터 일정 조건을 갖춘 비영리법인의 암호화폐 매매가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일반법인의 거래도 허용할 계획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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