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빠르고 효율적인 것을 가치로 삼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는 즉각 소비되고, 결정은 짧은 시간 안에 내려지며, 관계마저도 순간적 소통에 의해 평가받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간과되기 쉽다. 나는 여기서 ‘정의 밀도’와 ‘몽석’이라는 감각적 개념을 함께 떠올린다.‘몽석(夢石)’은 문자 그대로는 ‘꿈을 품은 돌’이지만, 이 글에서는 더 깊은 의미로 사용된다. 몽석은 단단하지만 조용하고, 무게는 있으나 강요하지 않는 태도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래 남는 구조, 말보다는 태도와 감정으로 전해지는 신뢰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적 정서에서 흔히 말하는 ‘정(情)’의 물리적 표현이자, 관계의 지속성을 상징하는 조형적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정의 밀도란, 깊고 오래 남는 감정의 축적을 의미한다. 그것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으며, 반복과 신뢰, 기다림과 포용을 통해 쌓여간다. 개인의 삶에서든 조직의 문화에서든, 이런 감정적 구조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중심을 잡아주는 기초가 된다. 마치 바닥에 놓인 돌이 건축물을 지탱하듯,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구조가 사회적 신뢰를 지탱한다.
몽석은 바로 그 구조다. 빠른 성과보다 느린 축적, 효율보다 관계의 내구성, 겉으로 드러나는 경쟁보다 내면의 태도를 중시하는 리더십. 그것은 기술이나 자산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삶의 속도’를 존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ESG,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성 같은 말이 기업과 정책의 중심어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작 감정의 지속성이나 관계의 품격은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는 종합적인 지속가능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는 환경과 기술을 넘어서, 인간의 마음과 관계, 그리고 정서적 안정성까지 포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수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일상의 언어, 신뢰를 담은 침묵, 설명 없이 전해지는 공감 같은 것들에서 시작된다. 몽석은 그런 지속가능성을 위한 태도를 상징한다.
금속은 외부의 압력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열과 충격을 견디며 오랜 시간 기능을 수행한다. 몽석 또한 그런 속성을 갖는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설명은 부족해도 설득력 있는 존재감. 지속가능한 공동체, 조직, 사회는 이런 몽석 같은 존재들 위에서 유지된다.
결국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것은, 시스템 그 자체보다 시스템을 지탱하는 감정의 구조다. 몽석은 그 구조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며,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감각의 표현이다. 빠른 것에만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다시 묵직한 것의 가치를 상상해야 할 때다.
글 김영배 성결대학교 교수, 지속가능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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