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휴가시즌을 앞두고 단체교섭을 한창 이어가던 노사관계 담당자가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범위를 정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인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니, 교섭과정에서 회사와 노동조합이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해 둔 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 조항’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자 노조측 교섭위원이 갑작스럽게 단체협약의 적용을 위한 조합원 범위를 정하는 합의, 교섭은 모두 부당노동행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담당자는 그간 주변 기업의 모든 단체협약에서 관련 규정이 확인되어 이를 비교하며 논의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의 처벌까지를 운운하는 노조의 압박에 매우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노동조합의 주장은 과연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가 정답이다. 관련해서 우선,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의 범위는 노동조합 규약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나,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규약상 조합원 범위와는 별도로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범위를 정한 경우, 그 내용이 규약과 상충한다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상 조항이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 2001두10264 판결 등). 즉, 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가입될 수 없는 기준을 정한 것을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보다 구체화하려는 노력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만큼 실무적으로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협약규정일 뿐만 아니라 그 적법성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와 같은 조항은 사용자 측에서는 단체협약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노사 간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분명히 할 수 있고, 노동조합 측에서는 조합원 자격 및 권리 기준을 설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다만, 조합원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규약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가 규약과 상충할 경우 그 해석이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조합원 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의 근로자에 대해 단체협약의 적용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대법 2020두49973 판결 등). 구체적으로 근로자가 노동조합 규약에 따라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더라도 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근로시간·복리후생(서울행정법원 2019구합54610), 징계 시 노동조합의 사전동의 절차(대법 2001두10264), 정년 연장 시 노조와의 사전협의 절차(서울고법 2013누27267) 등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최근 일부 판례 및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상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기도 한다. 즉, 단체협약의 적용에서 제외된 근로자라 하더라도 규약상 조합원에 해당하는 이상, 해당 조합원이 직접적 당사자가 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대법 2020두49973)나 조합비 일괄공제(노사관계법제과-1956) 등 조합원 권리와 관련된 조항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와 별개로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범위를 정하게 되는 경우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조합원 범위 내에 있는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그 과반수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가 단체협약에 정한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는 특별한 법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반대로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는 사정에서 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노동조합과 합의된 근로조건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결정 적용하는 것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취급이라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물론, 특별한 평가결과 내지 직무의 상이함,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에 기인해 더 높은 수준의 조건을 적용한다면 이는 별개의 검토에 있어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무 담당자로서는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과 그 범위를 정할 때 규약과의 관계, 조합원 권리의 내용, 채무적·규범적 부분의 구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조합원 범위에 관한 단체협약 규정은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될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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