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공연에는 최대 6명의 에투알이 함께 했지만 올해 공연은 10명의 에투알이 함께 합니다. 현대 발레 안무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루돌프 누레예프의 대표작을 무대에 올리는데요. 개성있는 에투알들을 선발해 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공연이 될 것입니다."(박세은)
박세은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수석무용수들이 동시에 외부 무대에 서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각자 스케줄이 다르고, 시즌 중 외부 공연에 나선다는 자체가 기적에 가까워요. 그런데 한국의 갈라만큼은 많은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원했죠. 그만큼 이제 무용수들 사이에서도 의미와 보람이 큰 무대로 여겨지고 있어요."
이번 갈라에서 박세은은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잇(In the Night)'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전막 하이라이트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인 더 나잇은 2022년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품으로 깊이 있는 감정선과 파리 오페라 특유의 서정성을 담아 준비했다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를 두고 박세은은 "무용수가 이 작품에서 잘 빛날 수 있는지 기준에 맞춰 개성과 서사를 표현하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는 갈라를 구성하는 모든 작품에 적용된 기준이기도 하다. 박세은은 "무용수의 유명세가 아닌, 각자가 자신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기대되는 파트너로 박세은은 처음 내한하는 마티외 가니오를 꼽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로 25년 가까이 활약하다 올해 3월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한 인기 무용수다. 섬세하고 우아한 예술의 전형으로 여겨진 그의 무용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마티외 가니오 자신도 한국 방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니오는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이며, 유럽 사회에도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도시라 설렌다"고 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무용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방문은 그에게 뜻깊다. "강호현(제1무용수)을 비롯해 얼마전 입단한 이예은까지 매우 좋아하는 단원들이며 훌륭한 예술가들입니다. 그들의 문화적 뿌리를 경험하게 돼 더없이 기쁩니다."

가니오에겐 이번 한국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오셔서 저희 공연에 푹 빠져들길 바랍니다. 제 춤꾼 경력 중 가장 좋았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관객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하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었을까. "파트너들과 협업, 리허설 디렉터, 안무가들과 긴밀한 작업 가운데 쌓은 경험은 제가 예술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협업과 감정의 공유는 파리오페라발레의 무대가 지녔던 진정한 가치이기도 합니다."
가니오는 자신이 출연할 '인 더 나잇'과 관련해 더 깊이있는 설명을 더했다. "제가 등장하는 두번째 파드되를 잘 보시면요. 다른 듀엣과 달리 이 듀엣은 부르주아의 느낌이 납니다. 안정을 추구하며 격식을 갖춘 커플의 관계를 그리는데, 매우 섬세하게 표현돼야 하죠. 미묘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이 작품의 관건이라 눈여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가니오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는 쇼팽의 음악이 사용되는데, 피아노의 라이브 연주로 이뤄질 예정이다.
가니오는 앞서 한국에 다녀온 에투알들로부터 갈라 공연의 감상을 일찍이 전해들었다고 했다. "박세은과 함께 한 한국 갈라에 참여한 이들이 따뜻한 환영과 세심한 배려가 깃든 환경 덕분에 편안히 적응했다고 하더군요. 관객들도 저희의 예술의 진지한 태도로 호응을 보내줬다고 했고요. 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단 점에서 뜻깊은 여정이 될 거 같아요."
가니오는 숱한 갈라와 다른 이번 무대에 대한 특별함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보통의 갈라는 보통 세계 각지에서 온 무용수들과 만나고, 다양한 스타일과 서로 다른 시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희의 이번 갈라는 레퍼토리에 대한 '프랑스식 접근'을 온전히 보여주는 공연이에요. 파리오페라발레라는 배경을 공유하고 있어 공연 자체가 하나의 결속력을 지닙니다. 이 점을 고려해 관객이 '프랑스 무용의 풍경'을 풍부하게 즐긴다면 좋겠습니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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