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65)가 부산을 찾는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파나히를 선택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켜온 거장의 발걸음을 예고했다.
BIFF 집행위원회는 22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파나히를 선정했다. 이 상은 매년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발전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준 아시아 영화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그간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와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홍콩 배우 주윤발 등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BIFF 주요 비경쟁 시상 부문으로 손꼽힌다.
BIFF 측은 “다양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전한 파나히 감독은 억압에 맞서 신념을 꺾지 않는 저항의 표상이자 역사의 산증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란 뉴웨이브 영화의 기수인 파나히는 정부의 오랜 검열 속에서도 영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존재 의미를 조명해왔다. 반체제 인사라는 꼬리표로 수 차례 체포와 수감 등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란 사회의 모순과 권위주의를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을 선보였다. 1995년 ‘하얀 풍선’으로 데뷔한 이후 ‘써클’(2000)과 ‘택시’(2015)로 각각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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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히는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플 액시던트’(2025)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교도소 경험을 바탕으로 이란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로, 칸 현지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이란 정부의 출국금지와 예술활동 금지 처분으로 몰래 영화를 찍으면서도 높은 작품성을 보여줬단 점에서 호평받았다.
이날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한 파나히는 “이란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날마다 어려워지는 시기”라며 “이 상은 영화가 여전히 국경과 언어, 그리고 어떤 한계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은 개인으로 받는 게 아니라 침묵 속에서, 망명 중에, 혹은 압박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나히는 오는 9월 17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BIFF 개막식을 찾아 상을 받을 예정이다. 올해로 서른 번째를 맞는 BIFF는 17일부터 열흘 간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등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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