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을 통보했지만 핵심 피의자들의 조사 거부와 해외 도피가 잇따르며 수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검이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의 혐의 연루 여부를 입증할 핵심 피의자들의 직접 진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조 부회장이 김 여사의 측근인 김예성 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35억 원 상당을 투자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수사 중이다. 특히 HS효성의 투자가 효성중공업의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계열사 누락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검은 HS효성이 그룹 차원의 수사 편의를 기대하며 김 씨 측에 사실상 ‘대가성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은 조현상 부회장뿐 아니라 김 여사 관련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출석하지 않았다.이 전 대표는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인물로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키맨’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날 오후 5시 30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조사를 조기 종료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검은 “필요한 진술은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전 대표가 일부 질의에 불만을 표시하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 중인 인물도 적지 않다.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린 김예성 씨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다. 특검은 김 씨와의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23일 그의 배우자인 정 모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실질적 실행 주체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오 특검보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급 지명수배 절차에 들어갔다”며 “밀항 가능성도 제기된 만큼 경찰과 협조해 조속히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와 함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를 통보했으나 대부분 응하지 않고 있다. 특검은 전날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창원지법에 수사관을 보내 각각 28일과 23~24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재판 일정을 이유로 수령을 거부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출석 요구에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수감된 이후 조사와 재판 모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 측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건강상 이유로 장시간 조사는 어렵다는 뜻을 특검에 전달한 상태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특혜는 없다고 강조하며, 조사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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