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이르면 올해 안으로 '증시 12시간 거래'를 추진한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에 이어 거래소 역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 시장에 참전하면 시간외 시장에도 복수거래소 경쟁 체제가 적용될 전망이다.2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거래소 증권시장 '프리마켓' 개발과 관련해 설문을 진행, 의견을 수렴했다.
설문의 골자는 프리마켓 개발 시 △소요기간 △증권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프리마켓을 별도 분리하지 않고 정규장의 일환으로 포함시킬 경우 개발기간은 단축되는지 등이었다. 사실상 거래소가 프리마켓과 애프터 마켓 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현재 거래소는 증시 '거래시간 12시간 확대'를 내부 예정된 개편사항 중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거래소는 정규장 앞뒤로 프리·애프터 마켓을 신설해 거래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의 '6시간30분'에서 오전 8시~오후 8시의 '12시간'으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가급적 올해 안으로 현행 NXT와 동일한 거래시간 환경을 마련하라는 금융위원회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정부(금융위)로부터 거래소의 프리마켓·애프터마켓 시장 검토를 요청받아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시스템, 시장 참여자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같은 방안을 거래소에 주문한 것은 최근 논란이 된 NXT 종목별 한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NXT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면 이튿날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개별 종목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30%' 제한이 적용된다. 때문에 NXT 출범 이후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거래량 규제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거래소에 프리·애프터마켓을 도입하면, 거래가 분산되기 때문에 거래량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도 넥스트레이드 규정 위반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개편은 거래소로서도 명분이 충분하다.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NXT를 견제할 수 있어서다. 거래소는 NXT와 정규장뿐 아니라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등 모든 거래시간에서 경쟁하겠단 입장이다.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셈이다. NXT에 따르면 올해 6월 NXT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약 3억1068만주, 10조6823억원으로 같은 기간 거래소 거래량(16억3316만주)의 19.02%, 거래대금(22조3천613억원)의 47.77%를 차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는 반가운 변화다. 정규장 외 시간대에도 더 다양한 종목을 매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현행 NXT에서는 매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출퇴근길에 매매할 수 있는 종목도 전 종목으로 늘어난다.
다만 아직 거래소와 회원사(증권사) 간 의견 차이가 있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거래소는 거래소 프리마켓에서 체결되지 않은 주문을 모두 취소시키고, 정규장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다시 주문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프리마켓과 정규장 등 서로 다른 시장은 호가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정규장을 분리해서 가져가겠단 전제를 깐 상태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들은 대체로 프리마켓에서 낸 주문이 정규장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래소에 전했다. 현행 넥스트레이트의 방식이다. 거래소 제안대로 할 경우 증권사들이 직접 일일이 미체결 주문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전산 장애나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프리마켓 종료 후 정규장 시작까지의 시간은 단 10분(8시50분~9시)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프리마켓 종료 시 미체결 주문을 일괄 취소하라'고 제안했지만, 증권사들로선 전산 장애를 감수하기는 위험이 크다"며 "주문을 유지하는 쪽이 낫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프리·애프터 구분을 두지 않고 정규장 시간 자체를 늘리는 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기관투자자 업무 절차나 증권사의 노무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손볼 게 많아진다"며 "현재로서는 증권사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프리·애프터를 정규장과 구별해 신설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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