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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의 재계 인사이드] 항공산업 발전 적임자 가려야

입력 2025-07-22 17:21   수정 2025-07-23 00:53

“대통령 전용기는 그만두고서라도 국적기를 타고 해외여행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오.”

1968년 9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를 청와대로 부른 박정희 대통령은 부실에 빠진 국영 대한항공공사(현 대한항공) 인수를 간곡히 부탁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69달러인 때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외국 민항기를 빌려 탔다. 대한항공공사 누적 적자는 당시 돈으로 27억원에 달했다. 조 창업주 입장에선 섣불리 인수했다가는 총알이 빗발치던 베트남전쟁에서 군수물자를 나르며 번 돈을 한 번에 날릴 수도 있었다.

중고 트럭 한 대로 ‘수송왕’에 오른 조 창업주가 박 대통령의 부탁 하나만으로 인수를 결정하지는 않았을 터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항공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승부수를 던졌을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항공 수요가 급증했고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은 해운사와 조선사 등을 거느린 재계 8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권 걸고 인수 결단
50여 년이 흐른 2020년 9월. 이번엔 산업은행이 조 창업주 손자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찾았다. 부채비율이 2291%까지 치솟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나의 새 주인으로 낙점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에 따른 항공 수요 급감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할 만큼 항공업 전망이 어두운 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진보다 덩치가 훨씬 큰 5대 그룹도 손사래 친 매물이었다.

산은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인수자금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제시한 투자합의서도 조 회장을 망설이게 하는 대목이었다. 산은은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며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요구했다.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조 회장은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를 ‘역발상’ 경영으로 돌파했다. 여행객이 없어 멈춰 선 여객기 16대를 화물기로 전환한 게 적중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와 의약품 등 화물 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매출은 계속 늘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16조1166억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품에 안긴 아시아나도 재무구조가 개선돼 지난 2월 공적자금 3조6000억원을 모두 갚았다.
한진칼 지분 매각 신중해야
세계 10위권의 ‘통합 대한항공’을 성사시켰지만 조 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2022년 한진칼 지분 17.4%를 확보한 호반그룹이 지분율을 18.46%까지 끌어올리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조 회장 측(20.75%)과 지분율 격차는 2.29%포인트에 불과하다. 호반은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 인상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섰다는 걸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자 산은이 아시아나 인수자금을 내주면서 확보한 한진칼 지분 10.58%가 누구 쪽에 붙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산은 보유지분을 호반이 사들이면 조 회장을 제치고 단일 최대 주주에 오르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이 델타항공 지분(14.9%)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했다지만, 큰 싸움이 벌어지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산은이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산은은 대한항공을 끌어들여 부실기업(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공적자금 환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 ‘항공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끝낸 만큼 이제 다른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보유지분을 팔 것이다. 일반 투자자처럼 증시에서 조금씩 파는 건 불가능하다. 지분 10.58%가 시장에서 매물로 나오면 주가 폭락을 불러 사실상 ‘나랏돈’인 산은 곳간이 예상만큼 들어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붙은 양측 중 한 곳에 팔거나 제3자에게 블록딜 형태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비싸게 쳐주는 곳에 파느냐,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잘 이끌 곳에 파느냐. ‘금융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갖고 태어난 국책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재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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