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불만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한다. 외면하고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그렇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우고 K팝 역사를 새로 쓴 원동력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2019년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에서 방 의장은 후배들에게 그만의 성공 비결을 그렇게 소개했다.분명 자본시장에도 분노했을 것이다. 모진 고생 끝에 기업공개(IPO)를 하려는데 온갖 규제가 득실댄다. 무엇보다 돈을 만질 수가 없다. 상장해도 보호예수에 묶여 주식을 팔 수 없다. IPO 문턱을 넘은 창업자 모두 공감하는 얘기다. 지분 가치가 조 단위라고 해도 사이버 머니와 다름없다고들 한다. 방 의장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하이브 상장을 앞두고 사모펀드(PEF)들과 비밀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작년 11월 이들의 비밀을 취재하게 된 건 뒤늦게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다. 방 의장 덕에 돈벼락을 맞았다는 키맨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당시 하이브 상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방 의장이 비밀 계약의 중심이자 가장 큰 돈을 벌었다는 점이 확인되자 순식간에 퍼즐이 맞춰졌다.
본지 취재팀의 보도 내용은 금융감독원과 경찰 조사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방 의장은 대담했다. 하이브가 IPO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마치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기존 주주들을 속여 지인들이 조성한 기획 PEF에 주식을 매각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는 방 의장과 관계자들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비밀 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방 의장과 PEF 키맨들만이 아니다. 수많은 자본시장 전문가가 연관돼 있다. 방 의장과 하이브는 최고의 로펌 자문을 받으면서 최고의 IPO 주관사를 거느렸다. 자본시장 상식이 있다면 문제의 소지를 직감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도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때 이를 공유하지 않았고, 금감원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누락시켰다. PEF에 자금을 댄 연기금, 은행, 증권사 등 수많은 금융기관도 모르는 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침묵했고, 자본시장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번 부정거래 사건에서 가장 분노가 치미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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