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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근로자들, 소송으로 '셀프 정년연장'

입력 2025-07-22 17:39   수정 2025-07-23 02:05

정년을 넘긴 뒤 촉탁직이나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고령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자동 연장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정년 이후 재고용된 근로자에게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셀프 정년연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령 근로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리걸테크기업 엘박스의 판결문 데이터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갱신기대권을 쟁점으로 선고된 판결은 2022년 92건에서 2023년 112건, 지난해엔 16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주로 아파트 경비원 등 계약직 근로자가 원고인 사례가 대다수다.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은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등장한 법리다. 대법원은 2011년 “계약직도 회사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반복 갱신된 경우에는 당연히 재계약될 것이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2017년에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재고용된 55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갱신기대권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를 근거로 고령 근로자들은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재계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단이 경비 용역업체를 매년 바꿨는데 소속 경비원들은 수차례 고용이 승계된 경우가 전형적이다. 특히 다른 동료들과는 재계약하면서 자신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이를 부당 해고로 간주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재고용도 혜택이 아니라 권리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절박한 고령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소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정년 이후 한시적 고용조차 소송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촉탁직이나 한시적 재고용은 고용 유연성과 기업의 재량권을 확보하려는 장치였는데 자칫 ‘종신고용’처럼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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