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가 4대 시중은행에 맡긴 자산이 1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권에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도입된 지 30년 만이다. 스타트업 창업자, 은퇴 세대 등이 새로운 자산가 대열에 합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자들이 굴리는 돈’이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르자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관리하는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자산 규모는 올 1분기 말 179조3595억원이었다. 지난해 말(175조1770억원)보다 4조1825억원 늘었다. 2022년 말(155조1979억원), 2023년 말(165조2911억원) 등 해마다 10조원씩 불어나는 추세다.
은행권의 고액 자산가 유치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창업으로 자산을 대폭 늘린 청년 갑부(영리치)에 이어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까지 신흥 자산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한발 앞서 비상장사, 사모펀드, 오피스빌딩 등 차별화한 투자 대상을 내세워 고액 자산가를 끌어오자, 은행도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PB센터와 패밀리오피스를 투자뿐 아니라 세무, 상속, 증여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WM)가 가능한 공간으로 키우고 기관 투자처에도 자금을 투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공개 등으로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쥔 젊은 창업자와 은퇴 시기를 맞은 60대 이상 기업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 고객 중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집단으로는 영리치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강력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기업공개(IPO)와 경영권 매각을 통해 대규모 부를 쌓은 창업가가 쏟아졌다. 이들 창업가와 기업을 일군 임직원 중에서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받은 자사주를 처분해 단숨에 부자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 주식과 코인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자산 규모를 수십억원 이상으로 불린 청년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담당 임원은 “수백억원을 거머쥔 초부유층은 일부 보유 자금을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과거 위험자산 투자로 많은 수익을 낸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물색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도 최근 은행권에서 적극 공략 중인 고객층으로 꼽힌다. 이들은 투자뿐 아니라 상속과 증여, 세금 문제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영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진성/조미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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