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가면 건설업체들 다 줄도산합니다. 공공 공사마저 줄줄이 유찰되고 있어요.”
최근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건설업계는 2020년대 초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유례없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건설업 취업자는 14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전문건설업 폐업 업체도 3071개사로 전년 대비 무려 41% 급증했다.
공사비가 폭등하고 사업비는 낮게 산정되면서 전국 공사 현장에서는 유찰이 속출하고 있다. 공사비 미보장이나 저가 입찰 등 업계 관행까지 겹쳐 품질·안전 문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도 11곳에 달한다. 협력업체의 연쇄 붕괴까지 감안하면 건설업계 현장에서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단행한 ‘지방계약제도’ 개편이 단순한 행정 개혁을 넘어 구조적 침체에 빠진 지역 건설경기와 중소 건설업체를 구할 생명줄로 평가받고 있다. 제도 개편에 나선 정부는 건설 현장의 숨통을 틔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내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 지역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핵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건설산업종합정보망(키스콘)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설업 취업자는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종합·전문건설업체 폐업 수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3071개를 기록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1746곳이 폐업했다.현장에서는 공공 공사조차 유찰이 일상이 된 실정이다. 공사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입찰에 나설 유인이 없다는 업계의 평가다. 키스콘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83%로 제조업 평균보다 1.44%P 낮다. 공공 공사만 수행하는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0.2%로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업체는 물론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방계약제도의 핵심은 △낙찰하한율 2%포인트 상향 △공사비 반영 기준 조정 △지역업체 가산점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중소건설사, 학계, 발주기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며 만든 상향식(bottom-up) 제도 개편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번 개선안은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물가변동 기준시점·적용요건 개선 △낙찰하한율 2%포인트 상향(87.745% → 89.745%) △장기계속공사 공백기간 공사비 보전 △설계보상비 현실화 및 공사손해보험 확대 △지역업체 가산점 및 하도급 지역의무 확대 △지방계약 분쟁조정 및 과징금 기준 정비 등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역 중소업체가 공공 공사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적정 공사비로 수주함으로써 영업이익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이번 개편 조치는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적극 참여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승적으로 제도 개선에 동의하고 동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요한 점은 건설사들이 공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중소업체의 영업이익 개선과 더불어, 안전사고 방지, 인력 고용 유지, 지역경제 선순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최임락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건설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민 삶의 터전과 직결된 영역”이라며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두선 전 충남도 감사위원장도 “고정관념을 깨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과감한 개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계점과 과제도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국가계약 낙찰하한율 상향,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비용전가 해소 등 또 다른 문제에 대한 해소도 촉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기 공사 공기연장 문제 등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현실화 과정에서 겪게 될 재정적 부담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 개편에 따른 공무원 대상 실무 교육 확대와 분쟁조정 시스템의 실효성 강화 등 보완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편이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국가계약, 민자사업 분야로도 확산할 수 있도록 단계적 로드맵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순한 제도 손질을 넘어 건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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