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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증시가 올해 들어 20% 가까이 오르며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첫 번째로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데다 정부가 대규모 행정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 성장 기대감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공행진하는 VN지수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호찌민증권거래소에서 VN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49포인트(1.65%) 오른 1509.54에 마감했다. VN지수가 종가 기준 1500선을 돌파한 것은 2022년 4월 7일 이후 3년여 만이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9.1%에 달한다.
주가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업종은 부동산이다. VN지수 내 부동산 업종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121.0% 급등했다. 고급 부동산 개발사 LDG인베스트먼트는 연초 대비 주가가 225.0%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빈그룹(189.7%)과 빈홈스(138.7%)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출 금리 안정과 함께 새 토지법 시행,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동산시장 회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올해 베트남 부동산시장은 투자자 신뢰 회복, 차입 비용 감소, 거래량 증가로 반등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산업재(52.2%) 업종도 상승 흐름을 탔다. 특히 전력장비업체 젤렉스는 337.4% 뛰었다. 이외에도 금융(18.3%), 경기소비재(10.9%)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美와 관세 타결…FTSE 승격 기대
올 들어 VN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베트남산 수입품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VN지수는 1094.3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달 2일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제3국을 경유하는 환적 물량에 4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은 베트남 기업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또한 FTSE 러셀이 베트남을 신흥시장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기대도 VN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SE는 현재 프런티어 시장 지위에 있는 베트남이 신흥국으로 승격하면 최대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승격 여부는 이르면 9월 발표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의 행정 개혁도 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관료제를 대폭 축소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등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절감한 재정은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런 정책 기조는 외국인 자금 복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증시에서는 31억80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올해 들어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을 이전하면서 베트남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탠 측면도 있다. 베트남의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7.52% 증가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올해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가 내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토퍼 리우 프린시펄자산운용 대표는 “내년 베트남 주요 상장사의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올해보다 약 15%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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