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지금의 잠실을 만들었고, 스포츠는 지금도 잠실을 규정하는 핵심입니다.”국내 첫 도시문헌학자이자 부동산 전문가인 김시덕 작가는 최근 기자와 만나 서울 잠실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부동산·도시개발 역사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는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의 발전 역사를 다룬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을 펴냈다.
김 작가는 잠실의 탄생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이란 두 ‘메가 이벤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부터 추진한 올림픽 유치가 이후 신군부에서도 최고 목표로 여겨져 잠실은 스포츠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개발됐다. 올림픽 시설 중 하나로 지어진 잠실야구장은 1982년 한국프로야구(KBO) 출범에 맞춰 완공되며 역할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당시 잠실 개발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크게 반영됐다”며 “잠실야구장이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당시 서울 외곽지의 모래밭이나 다름없는 잠실에 지어진 것도 정부 주도 개발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되며 잠실 상권은 야구장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김 작가는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잠실야구장의 한계도 있다”고 했다. 올림픽을 위해 정부 주도로 지어진 시설인 만큼 민간 상업시설과의 연계가 다른 해외 야구장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야구장 건설에 민간기업 참여가 활발한 일본은 야구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 많다”며 “잠실야구장은 경기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했다.
잠실야구장은 변화를 준비 중이다. 2027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31년께 돔구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잠실야구장이 종합문화시설로 발전하려면 상업시설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해외 구장처럼 문화 공연을 더 자주 유치해야 한다고 김 작가는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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