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세기의 비만약’ 전쟁이 불붙는다. 상용화한 비만약 중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큰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다음달 중순 국내에 출시돼서다. 미국에선 이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를 시장점유율에서 눌렀다. 비만약 ‘끝판왕’ 등장에 이 약의 국내 유통을 맡으려는 기업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의 국내 약값을 위고비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에 책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비만 치료에 특화한 한 의료기관 원장은 “마운자로 저용량 가격은 위고비보다 낮게, 고용량은 비슷하게 정해질 것”이라며 “마운자로 약효가 더 좋지만 후발주자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위고비 1개월분은 용량에 상관없이 40만~6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마운자로도 비슷한 금액에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내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회사는 일라이릴리가 마운자로의 국내 영업, 마케팅, 유통 등을 어떤 기업에 맡길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운자로 국내 판권을 확보하면 국내 비만약시장에서 단숨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일라이릴리는 이르면 다음주 마운자로의 국내 유통 방침 등을 정해 업계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운자로 영업은 일라이릴리 내부 인력을 활용해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유통도 특정 기업 한 곳에 몰아줘 나머지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그동안 거래한 모든 기업에 골고루 맡기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했다.
GLP-1 등장 전 폭넓게 활용되던 큐시미아 등 펜터민 계열 먹는 비만약의 감량률은 10% 정도다.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GLP-1 비만약 삭센다는 56주차 감량률이 7.5%다. 마운자로의 허가용 임상시험 72주차 감량률은 22.5%, 위고비는 68주차 14.9%다. 비만약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보다 비만약 출시가 앞선 미국에선 마운자로(미국명 젭바운드)가 위고비를 시장점유율에서 앞질렀다. 1분기 시장점유율은 젭바운드 53.3%, 위고비 46.1%였다.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위고비가 26억4000만달러, 젭바운드는 23억1000만달러인데, 위고비 매출은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고 젭바운드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먹는 GLP-1 비만약 ‘DD02S’의 임상 1상 시험을 하고 있다. 인벤티지랩과 펩트론은 월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신약을 개발 중이다. 삼천당제약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리벨서스’ 복제약 출시를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성공했다.
이지현/송영찬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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