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미·일 장관급 협상단이 합의한 ‘일본 상호관세 10%, 투자펀드 이익 미국 배당 50%’ 역시 앉은 자리에서 ‘상호관세 15%, 미국 배당 90%’로 바꿨다. 국가수반은 고위급 협상단이 마련한 합의안에 서명하고 끝내는 게 일반적인데, 트럼프는 마지막에 결과를 뒤집어 버리니 상궤(常軌)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관세협상에서 힘을 앞세운 일방통행을 관철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협상을 마친 모든 국가는 미국 농축산물 수입을 확대하거나 개방을 약속했다. 미국 보잉 항공기 구매도 약속했거나 협의 중이다. 미국이란 거대 시장을 포기하기 힘들고, 중국 등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트럼프가 한국에도 똑같은 협상술을 쓸 것 같아 걱정이다. 미국은 25일로 예정된 ‘한·미 2+2 통상협의’를 일방 취소했다. 전날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날짜를 다시 정하면 서둘러 출국해 장관급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고, 마지막엔 트럼프가 예측불허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
협상 시한은 이제 1주일밖에 안 남았다. 다른 사안은 차치하고서라도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펀드 4000억달러는 한국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크다. 그렇다고 미국 요구를 거부하면 상호관세 25%를 피하기 힘들다. 이처럼 어려운 협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우리의 경제·안보 이익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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