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와인 소비문화가 변하고 있다. 과거 병째 마시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 잔씩 가볍게 먹는 '글라스 와인'이 새로운 주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아영FBC가 직영 매장에서 판매한 글라스 와인은 18만잔(125㎖ 기준)에 달한다. 병으로 환산하면 약 3만병 수준이다. 가격대는 5500원부터 36만원대까지이며 평균 판매가는 한 잔당 1만원대다.
특히 아영FBC가 운영하는 서울 압구정의 와인바 '사브서울'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6000잔 이상 팔렸다.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영FBC 관계자는 "단골과 신규 고객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MZ세대를 위주로 와인을 부담 없이 접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글라스 와인 문화는 와인 전문점을 넘어 백화점, 대형마트까지 확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압구정본점에 '프리미엄 글라스 와인 바'를 선보였다. 병당 200만원대가 넘는 5대 샤토를 30㎖ 용량의 글라스 단위로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4월 강남점에 '바이 더 글라스'를 열고 샴페인, 레드, 화이트, 스위트 와인 등을 잔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보틀벙커 잠실점에 와인 다이닝 ‘보틀벙커 비스트로’를 열었다. 대형마트 최초로 쇼핑 중에도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인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와인 트렌드가 구매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영FBC는 글라스 와인 문화 확산을 위해 '한 잔의 서울'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서울 내 주요 와인바 4곳을 잇는 릴레이 테이스팅 방식이다. 매장별 매주 다른 주제를 정해 프리미엄 와인을 잔 단위로 소개한다. 전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겐 10만원 상당의 시음권을 제공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글라스 와인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부터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선택지가 됐다"며 "다양한 채널에서 와인을 보다 가볍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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