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의원의 사례는 단순히 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실'이라는 특수한 권력 조직 구조 아래에 존재하는 갑질 관행을 재조명하게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갑질 미투'가 이어지는 분위기에 일부 의원실이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당직자를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고 폭행해 당직자들의 집단 항의에 스스로 탈당했다가 조용해지니 슬그머니 재입당한 의원은 없었던가"라며 '당직자 폭행' 논란으로 탈당 후 복당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사례를 소환했다.
이어 △S대 안 나왔다고 1년에 보좌관 수명을 이유 없이 자른 의원 △술 취해 보좌관에게 술주정하며 행패 부린 여성 의원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그 관행이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런 심성 나쁜 의원들은 이제 좀 정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갑질'을 문제 삼던 송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 사건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자 "저는 반성하고 사과했고, 그래서 처벌받아 탈당도 했고 다 했다"는 머쓱한 해명의 말을 꺼내야 했다.
"영감(여의도에서 의원을 칭하는 은어)아~ 갑질 드러날까 봐 무섭지? 요새 갑자기 잘해주더라? 짜증도 안 내고. 사회적 약자 운운하더니 강선우 얘기는 찍소리도 안 하네? 근데 조용히 넘어갈 거라는 기대는 접어두길. 그간 직원들에게 갑질했던 것 많잖아."
"국회의원 갑질이 장관 후보자만 문제 되겠는가. 지금도 속으로 찔리는 영감들이 적어도 100명 이상쯤은 될 거다. 솔직히 영감 쓰레기 처리는 예사다. 심야 업무지시, 영감 자녀 학원 픽업, 수시로 욕설, 인격모독, 강아지 픽업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영감들이 밖으로는 인권 보호, 약자 보호 국회의원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이다. 정작 회관 안에서는 인권 같은 거 딴 세상 이야기다."
이 중에는 송 위원장처럼 '실명 저격'을 받고 사과한 의원도 있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공격은 마녀사냥'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삭제한 양이원영 전 민주당 의원이다. 한 보좌진은 양이 전 의원 글에 "21대 때 원탑 갑질방으로 소문났던 전직 국회의원님 이번에 한마디 했더라. 강선우한테 저러는 거 마녀사냥이라고. 끼리끼리 잘들 논다"는 답장을 익명의 커뮤니티에 남겼다.
이에 양이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실 중에서 저희 방이 갑질 원탑 방이라고 일컫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며 "국회의원이라면, 보좌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책임과 사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상처를 줬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강 의원 논란 이후 새로운 갑질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고병용 성남시의원은 25일 자신의 SNS에 "최근 강선우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지만, 한 사람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만연한 갑질 문화의 일부"라며 "권위적 국회의원이 성남 지역 선출직 시·도의원들에게도 일상적으로 갑질을 했다"고 했다.
고 시의원은 "공천권을 무기 삼아 시·도의원을 감시하려는 듯 활동 보고서를 매일 쓰게 강요했고, 매주 주간 브리핑까지 하게 했다"며 "SNS 대화방에서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선출직 의원을 거침없이 내쫓기도 했다. 명백한 폭력"이라고 했다.
고 시의원은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초의원들은 통상 자신의 선거구가 속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성남중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시의원은 지난해 8월 이 의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탈당을 선언했었다.
다만 이 의원은 고 시의원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성남중원지역위원회는 작년 총선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국도시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지역의 민원, 현안 상황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각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당원과 주민에 대한 당연한 책무"라며 활동 공유 요청은 갑질이 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의원들이 요즘은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만, 이번 사건 역시 과거의 수많은 사례처럼 강 의원의 낙마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좌진이 침묵을 강요하는 국회 내부의 오래된 관행과 구조적 권력 불균형 때문이다. 의원 의지에 따라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고용 불안정성과 의원실 특유의 밀폐된 조직 분위기, 정치권 내 평판 리스크 등이 이들을 침묵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당과 의원들 스스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많은 전현직 보좌진들이 '기억을 꺼내 들 날'도 머지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보좌진은 "그때쯤엔 개인의 사과문이나 해명이 아니라 대대적인 제도 변화와 책임 있는 정치 문화의 재정립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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