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100만 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망하는 폐업의 시대다. 신규 창업 대비 문을 닫는 자영업자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불황 탓에 사업을 접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그들을 받아줄 곳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폐업자의 61.2%가 심각한 경제적 곤란을 겪는다. 43.8%는 재기할 엄두조차 못 내는 실정이다.패자 부활이 어려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이) 폐업 단계까지 가기 전에 상황이 안 좋으면 미리 조금씩 정리할 수 있게 데이터를 구축해 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 지원을 체계화해 폐업 이후 새로운 가게를 하거나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대로 된 폐업 지원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임대차 계약 종료, 권리금 회수, 금융 채무 정리, 철거 협상 등을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벼랑 끝에 있는 폐업자가 이런 어려움을 혼자서 잘 해결할 리 만무하다.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대부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고 한다.
폐업자의 이런 정서적 고립 상태를 악용하는 브로커도 많다. 보증금을 못 받거나 권리금을 떼이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다. 여기서 발생하는 법률적 분쟁은 오롯이 폐업자가 감당할 몫이다. 정신적 압박이 커지고 경제적 생활 기반이 붕괴해 재취업이나 재창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한 장관은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폐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오프라인 상담을 기피하는 폐업자들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가게를 접은 직후 자신의 실패담을 공무원 등 제3자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시간이 지나야 대인기피증이 누그러지고 아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들을 위해 디지털과 AI를 통해 원격으로 폐업 및 재기 지원 상담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관련 노하우가 있는 민간 기관이나 기업과도 정부가 과감하게 손잡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소상공인 폐업 지원은 창업과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다. 편하게 창업하고 여의찮으면 좀 더 쉽게 퇴로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한 장관의 약속대로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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