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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판결서 공개 '투트랙'…"데이터 주권 확보해야"

입력 2025-07-27 18:07   수정 2025-07-28 01:39

사법부가 국민의 사법 접근성 제고를 위해 개별 판결서 열람은 확대하되, 인공지능(AI) 학습용 판결서 데이터셋의 대량 공개는 “한 번 공개되면 회수 불가능한 비가역적 문제”라며 법원 통제하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위원장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25일 제3차 회의를 열고 ‘AI 기술과 판결서 공개 및 활용’ 건의안을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 올 4월 출범한 인공지능위원회는 사법부 AI 도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숙연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 윤성로 서울대 교수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3차 회의에서 그동안 판결서 공개 논의에서 혼재된 ‘개별 판결서 공개’와 ‘판결서 데이터 공개’를 명확히 구분했다. 개별 판결서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 투명성 차원에서 확대가 필요하지만, 판결서 데이터셋의 대량 공개는 “파급 효과와 사회적 영향력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판결서 데이터는 일단 공개되면 회수 불가능한 비가역적 문제가 발생하고, 해외로 이전될 경우 더욱 심각해진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법원의 통제하에 국민의 사법 접근성 제고를 목표로 차등적·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AI 액션 플랜에서 데이터 통제권 강화 방침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데이터 주권과 소버린 AI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개별 판결서 공개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과 인력 부족, 특히 비식별 조치 작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다. 위원회는 예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사법부 AI 그랜드 챌린지(기술경연대회)’ 개최를 통한 민간의 기술 개발 유도를 제안했다. 과거 판결서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일률적 수수료도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I 학습용 판결서 데이터셋 활용을 위해서는 사법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데이터 안심구역’과 ‘규제 샌드박스’로 동시 지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법원이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통제된 환경에서 리걸테크업계와 학계의 AI 학습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도 판결서 공개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2022년부터 개별 판결서는 약관 동의만으로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지만, 데이터셋 활용은 허가를 거치도록 이원화했다. 미국은 법률 쟁점 중심으로 작성돼 개인정보가 상세히 담기는 우리 판결서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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