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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올해 1000원대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이 다시 하락
최근 몇 년간 약세를 면하지 못했던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올해 원·엔 환율은 한때 1000원 이상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올해 고점대비 약 8% 하락한 930~940원대까지 낮아지면서 원화 대비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원·엔 환율(달러대비 원화와 엔화의 재정환율)의 흐름은, 그 방향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드라이버가 어느 통화였느냐에 따라 패턴을 크게 세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1~4월은 엔·달러 환율 하락이 원/엔 환율 상승을 이끄는 기간
첫번째 국면은 엔·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엔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시기다. 캘린더로는 올해 1월~4월말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만 하더라도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았으며, 일본 중앙은행(BOJ)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명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점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 축소로 이어졌고 엔·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4월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무분별한 상호관세는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안전통화 선호로 이어졌고, 엔·달러 환율의 하락 모멘텀을 강화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기에 국내여건을 바라보면 정치불안정, 수출 부진, 국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 부정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원화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산재한 기간이었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1450원 내외의 고환율이 지속되었고, 원·엔 재정환율은 빠르게 올라가서 1000원대에 안착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5~6월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원·엔 환율 하락을 이끄는 기간
두번째 국면은 원·엔 환율이 올해 상승폭을 반납하면서 다시 빠르게 하락하는 시기이다. 캘린더로는 올해 5월초~6월말 정도가 해당될 수 있을 것 같다. 5월초 대만 달러를 시작으로 아시아통화의 강세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여기에 6월초 대선 이후 신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1350원 내외 수준까지 빠르게 낮아졌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갔으며,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둔화되면서, 안전통화는 선호 받지 못해 엔·달러 환율은 더 이상 낮아지지 못했다. 그 결과 원·엔 재정환율은 940원대까지 낮아지면서, 올해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7월 이후 최근까지는 엔·달러와 원·달러가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며 원·엔 환율 횡보
마지막 세번째 구간은 원·엔 환율이 930원대~940원대를 중심으로 횡보하는 시기이다. 캘린더로는 7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 미국의 견조한 고용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이연시키면서 달러는 반등을 시도했다. 달러 반등으로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조금 더 빠르게 상승했다. 그 결과 원·엔 재정환율은 931원까지 낮아지기도 했으나, 지난주 참의원 선거 이후 다시 940원대의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작년말 원·엔 재정환율이 938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대가의 엔화 투자는 올해 수익률을 거의 다 반납한 셈이다. 원·엔 환율의 방향성 결정요인으로 엔·달러 환율이 더 중요할 전망
중요한 점은 여기서 원·엔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1000원대를 향해 다시 올라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인데, 현재는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의 변화 방향성과 속도가 대동소이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앞으로의 핵심 드라이버는 엔·달러 환율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주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여당의 정치적 입김이 세졌다.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던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엔화는 강세로 돌아섰으나, 이시바 총리가 사임설을 부인하면서 다시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엔화의 흐름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주장하는 소비세 인하(8% → 0%)는 국민들의 지지도 상당히 높은편(아사히 신문 여론조사 결과 68% 찬성)이고 선거결과도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소비세 인하 이슈는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GDP대비 250%에 다다를 정도로 전세계에서 부채부담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세 인하 이슈는 이시바 총리의 거취 향방과는 상관없이 일본의 재정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국채시장에서도 채권자경단이 나타날 가능성
일본의 부채 부담과 재정 불안이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본 국채시장이 (채권 자경단이 수시로 나타나는) 영국 같은 국가들과 다르게 잠잠할 수 있었던 원인은, 일본 보험사들의 충분한 장기채 투자수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포워드가이던스가 불명확해졌고 트럼프의 방위비 지출 확대 요구(GDP대비 3~5%)도 일본의 재정지출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일본 국채의 주요 고객인 보험사들이 장기국채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부문일 수 있다. 일본 국채시장도 채권자경단(Bond Vigilantes)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하는 부문이다. 일본 국채 시장에서 채권자경단이 출현한다면, 일본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는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본의 소비세 인하를 둘러싼 정치 뉴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채권자경단으로 인해 엔·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면, 이것은 이미 상당분 축적되어 있는 엔화의 비상업순매수 포지션에 대한 롱스탑(long stop; 엔화 매수 손절)을 자극할 공산이 있어 외환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