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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쓴 이름인데, 왜 남의 것이라 하죠?"
소상공인 대상 법률 상담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10년 가까이 써온 가게 이름인데 하루아침에 '상표권 침해'라는 말을 듣고, 법적 책임까지 통보받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제과점, 유튜브에서 유명한 수제 햄버거 가게, 오래된 카페 모두 예외가 아니다.
이런 일이 잦은 이유는 한국이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출원주의란,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등록'한 사람이 법적 권리를 갖는 제도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6년째 빵집을 운영하던 제빵사가 사용하고 있던 상호를 등록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 같은 이름을 먼저 등록한 모 프랜차이즈는 이 제빵사에게 해당 이름에 대한 사용 중지 요구와 함께 간판, 포장, SNS 계정까지 바꾸라고 통보했다. 제빵사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겠지만, 법은 감정이 아닌 절차(등록)로 판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2007년 상표법 개정과 함께 도입된 '선사용권' 제도는 부정한 목적 없이 타인의 등록 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지속해서 사용해 왔고, 그 사용이 상거래 관행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후(後)등록자가 사용 금지를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2019년 '청년간판' 사건에서 법원은 문제가 된 상호가 웹사이트·명함·검색광고 등을 통해 상거래 관행에 맞게 사용됐다고 판단, 피고에게 선사용권을 인정하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증명 역시 매우 어렵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포항의 '덮죽'이라는 식당이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치르기 전의 일이다. 이 식당이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있던 새 제삼자가 먼저 상표를 등록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은 여론과 소비자 인지도를 이용한 단체 협상에 나섰고, 이를 통해 상표권 회복에 성공했다. 소상공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빠르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상표권은 등록이 핵심이다. 특허청 홈페이지나 온라인 대행 서비스를 통해 20만~30만 원, 약 6개월만 투자하면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 등록이 완료되면 전국 동일 업종에서 독점 사용이 가능하다. 온라인, 배달 서비스, 프랜차이즈 확장 등 미래의 잠재 사업에도 대비할 수 있다.
흔히들 하는 실수가 "아직 가게가 작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상표 등록은 이르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제삼자에 의한 선(先)등록 위험이 가장 커지는 때가 바로 이름이 점점 알려지는 시기다. 블로그나 유튜브 계정은 등록보다 효력이 약하다. 법적으로 '무기'와도 같은 상표권을 가장 먼저 확보해놔야 하는 이유다.

업종 선택에도 주의해야 한다. 필기구 브랜드 '몽블랑'과 디저트 카페 '몽블랑'은 이름이 같지만 다른 업종이므로 각각 상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넓게 해석되는 경향 탓에 유사 업종 심사 시 출원이 거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배달앱이나 커머스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정 상품(업종)을 신중히 선택해야 안전하다.
'퀵팡'처럼 지역 자영업자가 이미 상호로 사용하던 명칭을 쿠팡과 같은 대기업이 먼저 상표로 출원하며 갈등이 생긴 경우도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2017년부터 퀵팡 서비스를 했던 개인사업자는 광고와 매출 실적으로 해당 상호가 자신의 것임을 증명하려 했으나 특허청은 "상호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다"며 선사용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개인사업자가 대기업과 상표권 싸움에 직면하면 매우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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