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은 인허가 절차를 마친 상황에서 바뀐 학교 배치에 따라 설계 변경을 다시 진행하면 사업 기간과 비용 손실이 막심하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도시계획 심의 때 ‘문제없음’ 판단을 받은 설계안을 2년이 지나 갑자기 바꾸라고 하면 사업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 사이에선 사업이 늦어질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금천구의 남서울럭키아파트(986가구)는 학교를 둘러싼 입지 때문에 고층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학교와 부지를 교환하는 협약을 준비해왔다.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일부 합의가 이뤄졌다. 주민 사이에선 학교의 협조 없인 재건축이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영등포구 여의도 단지도 학교 일조권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주변 장미, 화랑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규모를 키우면 주변 학교의 일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단독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른 단지도 학교 이전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비용 문제로 층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은 일조권 갈등 때문에 아예 학교 위치를 옮기는 사례도 많다. 용산구 한남2구역은 일조권 갈등 끝에 인근 보광초 이전 건립비용으로 200억원을 쓰기로 한 뒤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학교 위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이 현 위치를 고수하면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성남 분당 선도지구 중 최대 규모인 양지마을은 재건축에 따른 주변 학교 일조량을 분석한 결과, 23층인 최고 층수가 9층까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초고층 건물은 불가능하고 주택 공급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국회에선 주택 공급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합심의 대상에 명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건축심의를 통과한 사업이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 다시 설계 변경을 요구받는 일을 없애자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관행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개정안”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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