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북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시 언론의 관심은 정보기술(IT) 거물들의 네트워크 행사인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이 회장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에 집중됐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의 전세기는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오하이오주 록브리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AMD 등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및 새너제이도 들렀다. 주요 고객사 최고위 경영진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8일 테슬라에서 22조8000억원짜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계약을 따내는 데도 이 회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달 중순께 삼성전자와 테슬라 경영진이 조율한 계약 초안을 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종 서명을 앞두고 ‘장고’에 들어갔는데, 이때 이 회장이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머스크 CEO와 다져온 ‘끈끈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북미 출장 때마다 머스크 CEO와 만나 ‘동맹’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께 테슬라 전기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4 파운드리 계약을 따낼 때도 이 회장의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했다. 2023년 5월엔 머스크 CEO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북미 법인으로 초청해 첨단 칩 개발 관련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를 발판 삼아 3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인공지능(AI)칩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TSMC, 삼성전자와 함께 ‘파운드리 3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던 인텔이 최근 재정비에 들어간 것도 삼성전자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AI칩 자체 개발에 나선 빅테크들이 파운드리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빅테크 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이 회장의 역할이 갈수록 더 커지는 모양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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