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 증가율이 국산 차를 앞질렀다.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전기차 브랜드 성장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신차가 쏟아진 영향이 컸다. 수입차들은 하반기에도 신차 효과를 앞세워 판매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 브랜드는 수입차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가격을 낮게 책정하며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한국 소비자는 주행 성능과 첨단 편의사양까지 꼼꼼하게 따진다”며 “한국에서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본사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등록된 수입 승용차는 13만816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2만5105대)와 비교해 10.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는 총 61만5994대 등록돼 작년 상반기(57만8376대)보다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BMW(3만8282대)가 메르세데스벤츠(3만2562대)를 제치고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BMW와 벤츠는 상반기 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6%, 8.5% 증가했다. 테슬라와 렉서스도 상반기 등록 대수가 전년보다 각각 10.6%, 18.3% 늘어난 1만9223대, 7596대를 기록하며 3, 4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선 각각 6, 7위에 오른 포르쉐(5764대)와 아우디(4892대)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포르쉐는 61.7%, 아우디는 35.9% 판매가 늘었다. 올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는 1337대로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 중에서 베스트셀링카는 테슬라 모델 Y로 상반기에만 1만5432대 팔렸다. 올해 부분 변경 모델 출시 덕에 작년보다 판매량이 53.7% 증가했다. 수입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대명사 격인 벤츠 E클래스(1만3554대), BMW 5시리즈(1만1958대)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차종별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상위 10개 베스트셀링카 중 모델 Y를 비롯해 벤츠 GLC(4261대·4위), BMW X3(3280대·7위), 벤츠 GLE(3061대·8위), BMW X5(3026대·9위) 등 5개 차종이 SUV로 집계됐다.

상반기 선전한 수입차들은 하반기에도 전략 차종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강자인 푸조는 8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친 3세대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2세대 모델까지 140만 대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다. 48V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도심에서 전체 주행 시간의 절반을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가격도 기본 모델(알뤼르 트림)이 4490만원으로 영국(6930만원), 프랑스(6160만원)보다 각각 2500만원, 1700만원가량 싸게 내놨다. 일본(489만엔·약 4570만원)과 비교해서도 약 100만원 저렴하다.

아우디는 중형 세단 A5와 중형 SUV Q5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A5는 2020년 이후 5년, Q5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내놓은 신차다. A5는 전작인 A4보다 전장은 65㎜ 길어졌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15㎜, 25㎜ 확대됐다. 운전석 계기판에는 11.9인치, 센터페시아에는 14.5인치, 10.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다양한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완전 변경 모델인데도 이전보다 100만원씩 가격을 내리며 경쟁력을 높였다.
볼보도 이달 플래그십 SUV ‘XC90’과 세단 ‘S90’의 신형 모델을 선보였다. 신형 XC90은 7인승 SUV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프리미엄 안전 기술, 안락한 실내가 특징이다. △볼보 카 UX 시스템 △티맵 기반 인포테인먼트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등이 장착돼 차량 내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소셜미디어·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XC90 울트라 트림 가격은 9990만원으로 독일(1억5230만원), 영국(1억4394만원)과 비교하면 4000만~5000만원 싸다. S90은 5인승 E-세그먼트 세단으로 동일한 UX 시스템과 첨단 편의 사양을 갖췄다.
BYD도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선보인다. 퍼포먼스 중형 전기 세단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최대 출력 390㎾(53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도 3.8초에 그친다. 씰 사륜구동(AWD) 모델 가격은 4690만원으로 일본보다 990만원 저렴하다. BMW는 이달 강력한 주행 성능과 편의성을 갖춘 콤팩트 세그먼트 모델 뉴 1시리즈와 뉴 2시리즈 그란 쿠페를 출시했다. T맵 기반의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