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은 저에게 어떻게 치라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색채의 팔레트를 줍니다. "(임윤찬)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의 특별한 교육법에 외신도 주목했다. 화려한 기교 중심의 훈련이 아닌 개인의 상상과 표현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최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현장에서 손민수, 임윤찬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 매체는 손민수가 당 타이 손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아시아 출신 음악 멘토'라며 그의 교육법을 조명했다.
르 피가로는 "손민수의 교육법은 '개성, 표현, 이미지 기반의 접근법'"이라며 피아니스트가 스스로 음악을 그리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교나 연주 방법을 다루기 보다 곡을 해석하고 상상한 색채를 음악으로 표현하도록 가르친다는 의미다.
그림, 상상, 노래, 꿈, 눈, 영혼, 시, 불꽃, 예술, 마음, 발견, 빛, 사랑 등. 사제의 인터뷰 내용은 추상적인 단어가 주를 이룬다. 임윤찬은 무대에서 마치 꿈꾸듯 시적인 상상을 담아 연주한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 이는 사색적인 피아니스트인 스승의 영향을 받았다.
임윤찬이 스승에게 받은 영향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윤찬은 "열 살 때 리스트를 치고 싶었고 유튜브를 검색했다"며 "그러다 선생님이 파가니니 대연습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이 분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 뒤, 두 사람은 실제 사제지간이 됐다. 그리고 제자는 2023년 스승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로 옮길 때 제자도 같은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승의 가르침 영향인지 임윤찬은 시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그는 "피아노가 노래하도록 한다"와 같은 표현을 많이 쓰며 평소에도 시집을 많이 읽으며 상상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윤찬은 클래식 레이블 데카에서 8월 22일 발매 예정인 차이콥스키의 '사계'에 대해서도 시적인 표현을 내놓았다. "러시아의 혼 전체가 들어있어요. 시, 보드카, 벽난로, 불꽃 같은 것들."
사제지간이어도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음악인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도 이 교수법의 특징이다. 손민수는 '제자를 가르친다'가 아닌 '함께 연습한다'고 표현한다. 그는 "윤찬이와 연습하면 마치 피아노가 말하는 것 같다"며 "음악은 매번 그의 몸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가 강한 상하관계를 기반으로 한 분야라는 편견은 이들 앞에서 무너진다.
손민수와 함께 언급된 당 타이 손 역시 피아니스트 개인의 내면과 표현에 집중하는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다. 미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교수인 그는 올해 롱티보 콩쿠르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198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아시아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 기록도 갖고있다. 당 타이 손은 "삶이 예술을 형성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단순 기교 연습이 아닌 '삶의 경험을 통한 표현'을 강조한다. 쇼팽의 음악을 가르치면서 작곡가의 삶이나 배경,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중시하는 식이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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