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확률이 조작된 게임 아이템에 대해 최대 세 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이용자 피해를 접수할 수 있는 공식 센터 운영까지 제도화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정부가 강도 높게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게임업계에선 “대다수 게임사의 핵심 수익모델(BM)이 위축되고, 단순 오류까지 과잉 규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뽑기 사기’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그간 게임 이용자들의 불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확률이 공개된다고 해도 실제 게임 내 적용률과 괴리가 있는 경우 이용자가 이를 직접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일부 게임에서는 “1% 확률”이라고 표기했지만 수천 번 시도해도 획득하지 못하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며 신뢰 붕괴로 이어지곤 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업계의 자율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평가를 낳았고, 정부의 제도 개입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이용자 보호 체계가 민간 자율에서 제도권으로 전환되는 동시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까지 더해지면서 규제 리스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확률 표시 오류나 조작이 의심될 경우 게임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면책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기업은 방어적 대응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저 신고가 접수되면 아직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문제 있는 게임’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면서 “실제 조작 여부와 별개로 기업 이미지에 선제적 타격이 생기고 조사 결과가 무혐의여도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신고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유저들이 업데이트 이후 아이템 뽑기가 기대보다 낮은 확률로 나오면 “의심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기업은 자칫 조사와 보상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반복 민원도 즉각적인 조사로 이어지고, 결과에 상관없이 기업의 대응 비용과 리스크는 누적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게임업계는 이번 조치가 게이머 신뢰 회복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설계의 세분화와 남용 방지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적 오류까지 징벌 대상이 될 경우 기업이 방어를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지고, 창의적 콘텐츠 기획도 위축될 것”이라며 “단순 오류·시스템 장애와 악의적 기만을 분리해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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