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은 20세기 들어서 인류가 새롭게 발견한 다섯번째 맛이다. L-글루탐산이란 성분이 감칠맛의 핵심이다. 1909년 일본이 처음 개발했고, 우리나라엔 현 대상(당시 미원)이 1956년 국내에 출시해 조미료 시장을 장악했다. 1975년 CJ제일제당은 다시다를 내놓으며 판을 흔들었다. 당시 조미료계의 혁신이었다. L-글루탐산 중심의 조미료를 넘어 복합적인 맛을 내는 조미료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선 액상형 조미료가 부상했다. 편의성과 자연스런 조미료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서다. 최근엔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형태로 진화한 정제형 조미료가 대세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이 2023년말 '1분링'을 출시하며 제형 조미료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9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최근 매출 성장세가 가파라진 1분링의 매출액은 내년도에 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분링은 반지 모양으로 개별 포장된 고체형 조미료다. 2023년 말 출시 1년 반 가량 지나는 동안 누적 1000만개 이상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4g 한 알에는 맛과 편의성을 잡아내는 50년 조미료 푸드테크 기술이 정교하게 응축돼있다.
1분링 개발을 주도한 이승은 CJ제일제당 조미료 담당 연구원(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시다 제조 기술을 링 형태로 적용하면서 아주 작은 구멍으로 이뤄진 다공성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들어가있다"며 "4g 한 알에 전문점 수준의 진한 육수 맛과 향을 구현하는 게 연구개발 과정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 연구원과의 문답.
▶1분링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뭔가.
▷기존 조미료 시장에서 육수내기에 대한 소비자 필요가 있음을 파악했다. 기존 코인육수가 잘 안 녹거나 부유물이 발생해 꺼려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개발에 나섰다. 결국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걸 내놓은 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개발 과정을 설명해달라
▷개발의 핵심은 단단한 고체임에도 불구하고 1분 안에 완전히 녹는 고도화된 제형 기술, 그리고 전문점에서 오랜 시간 우려낸 듯한 원물 본연의 깊고 자연스러운 맛을 재현하는 조미 기술력이었다. 육수 맛의 본질은 결국 ‘원물’에 있다는 관점에서, 각 원물의 고유한 풍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핵심 소재를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했다. 그 결과, 단순히 짜거나 자극적인 맛이 아닌 장시간 정성 들여 끓인 육수 같은 깊고 조화로운 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왜 반지 모양인가
▷고체 형태는 잘 녹아야 한다. 링 타입을 통해 표면적을 넓히고 CJ의 차별화 기술을 통해 입자 사이에 다공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경도가 높아 보관성이 좋으면서도 물에 빠르게 녹을 수 있는 현재의 링 타입을 기획하고 출시하게 됐다.
▶다른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
▷‘1분링’은 다시다 제조 기술을 링 형태로 적용하면서 다공성(작은 구멍이 많이 있는) 구조를 형성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도전은, 단 한 알(4g)만으로도 전문점 수준의 깊고 진한 육수 고유의 맛과 향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CJ제일제당이 보유한 기술도 적용됐나
▷누적된 기술의 힘이 컸다. 1975년에 복합조미 기술로 만든 ‘다시다’로 시장을 장악했었다. 산들애와 같은 제품으로 조미료 2.0 시대를 선도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번에도 원 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는 기술 단계별로 그동안 누적된 기술들이 동원됐다. CJ제일제당만이 갖고 있는 노하우들도 많았다.
▶연구원의 비밀 레시피를 알려달라
▷국물 요리나 조림 요리의 기본 육수 베이스로 1분링 한 알을 넣는 것을 기본적으로 추천한다. 추천 레시피로는 콩나물밥이다. 콩나물밥 지을 때 사골 한 알을 넣고 해 먹었는데 간장이나 고추장을 비비지 않고도 너무 맛있고 간편다.. 두 번째는 라면을 끓일 때 사골 맛 1분링 한 알을 넣으면 국물이 한층 진해지고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어 라면 맛 업그레이드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1분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장기적으로 코인육수의 대명사 브랜드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내년에는 연매출 500억원(소비자가 기준)이 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시다를 뛰어넘는 수천억 원대의 대형 제품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발 연구원으로서, 제품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모든 소비자께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짧은 조리 시간 안에도 최상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원료 선정부터 배합, 공정 조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다. 소비자들이 맛있게 드셔주시는 게 연구원으로서 가장 큰 기쁨이다.
고윤상 기자
관련뉴스
